시끄럽지 않고 분위기 괜찮은 술집. 그것도 칵테일이 되는 곳을  찾다가 우연이 들어가게 된 취연.
입구에서 신발을 벗어야 한다고 해서 돌아서려 했으나 직원들이 친절하게 붙잡고(?)늘어져서(?) 결국 들어갔다.
홍대를 비롯해서 서울 곳곳에 몽환적인 분위기의 곳이 몇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중에 이 곳이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이유는 동선의 편안함과 분위기의 차분함. 무엇보다 바닥이 코팅을 하여 매끈한데 온돌이다...;;;
몇가지 와인과 정통 칵테일 그리고 소주 칵테일(이게 메인인듯) 샹그리아 등의 주류
과일빙수 모둠 과일과 소시지 등 적지만 알찬 안주를 구성해 두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블루 나이트 러시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레드 아일랜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연인과 삼삼오오 좋은 사람들과 인테리어를 즐기며 느긋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즐길 좋은 분위기다.

위치는 위(목록상 윗글)에 설명한 오코노미야키 풍월 식당 건물 지하 1층.
(아 직원 남자들이 무척 좋은 인상에 잘생겼고 친절하기까지하다.)

'STORY > taste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심해서 적어보는 볶음밥 Tip  (6) 2008.05.16
홍대 맛집 오코노미 야키 풍월(風月)  (12) 2008.03.08
인사동 맛집 조금 (鳥金) DORI KING  (8) 2008.03.07
대구 맛집 다천산방  (2) 2008.02.12
샤브샤브  (0) 2008.02.02
안국역에서 종로 경찰서 방면으로 나와 인사동으로 가다보면
초입에 크라운베이커리가 있다. 그 크라운 베이커리를 마주보고 서서
좌측 뒤로 들어가는 골목길에 보면 '조금' (鳥金)이라는 솥밥집이 있다.

상당히 오래된 그러니까... 옛날 일본풍의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는 이 곳 '조금'은
솥밥을 전문으로 하는 집으로써 인사동에서 그 자리를 십여년이 넘게 지켜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송이, 조금 솥밥 1만2천원, 전복 굴 솥밥 2만원 등 그 가격대가 결코 만만치 않지만
그만한 투자를 할만한 맛과 양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조금'은 가게가 나란히 두군데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조금'만한 솥밥을 아직 먹어 보지 못했다는 것도 그 이유이긴 하겠지만
다른 곳에서는 솥밥은 잘 먹지 않게 되기도 한다.
옛날에 이곳을 처음 갔을 때는 나온 반찬을 보고 여기가 일본인가.. 싶은 생각도 했을 정도인데
제대로 만들어진 단무지 종류들과 젓갈은 솥밥 한 그릇의 반찬으로 부족함이 없다.

비빔밥의 변형 형태인 돌솥밥과 다른 개발 형태인 가마솥밥의 유래는 딱 이것이다. 라고 규정되어 있지 못하지만
우리나라 고유 형태인 비빔밥이 일본으로 넘어가서 돌솥에 담겨 나오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한편에는 돌솥 자체가 우리나라 고유의 형태다. 라고 하는 설도 있어서
돌솥 비빔밥이 원래 우리나라의 음식 형태다 라는 말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돌솥 비빔밥은 뜨거운 돌솥에 밥을 비벼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오는 형태를 말하는 것인데
'조금'의 솥밥은 아주 뜨겁지는 않지만 ^^;; 손을 델 수도 있으니 조심하면서
이곳의 솥밥은 처음부터 쓱싹 쓱싹 비벼먹는 것 보다는
먼저 위의 새우라던가 송이버섯을 같이 나오는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위에 올려진 것들과 밥을 살살 떠서 양념을 하며 먹으면
솥밥 특유의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고 그러는 동안 바닥은 살살 누룽지화(?) 되어 나중에 밥을 섞을때
또 다른 풍미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으흠.. 맥주 한병이 사정없이 비워지는 오징어 구이도 별미다. ^^a

(누군가 밥을 산다고 할때 과감히 엉겨 붙어 인사동으로 끌고 가보도록 하자!)

'STORY > taste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대 맛집 오코노미 야키 풍월(風月)  (12) 2008.03.08
홍대 분위기 좋은 술집. 취연 (醉戀)  (2) 2008.03.08
대구 맛집 다천산방  (2) 2008.02.12
샤브샤브  (0) 2008.02.02
홍대 맛집 꽁시면관  (2) 2008.01.25

눈이 내립니다.
바람 한점 없어 눈은 하늘에서 수직으로 나풀 나풀 내려 옵니다.
왠지 오래간만에 눈 같은 눈을 본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
몇일전부터 예고되어져 온 눈이 지금 눈앞 커다란 창 밖에서
회색의 도시에 하얀색 점을 빼곡하게 찍는 것을 보는 기분은
왠지 내가 다른 세상 다른 시간에 와 있는 것 같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 대한 괴리감으로 다가옵니다.

보아하니 지금 내리는 이 눈은
몇일전 내린 눈 같이 다시 세상을 하얗게 덮어줄 것 같습니다.
혹자들은 눈이 세상의 찌든 때를 가려주는 것 같이 이야기를 하지만
지금 이 도시에 내리는 눈은 내릴 때의 호감과는 달리
눈이 내릴만큼 내리고 나면 금새 사람들에게 팔불출이 되어
바보 취급을 당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 도시는 설경이라는 것을 그다지 안아주지 않습니다.

어릴적 2층 내 방에 창에 걸터 앉아 함박눈이 소복 소복 쌓이며
온 대지에 소근 소근 속삭이는 소리는 더 이상 이곳에서는 들을 수가 없습니다.
새벽을 낮같이 살아가는 지금은 더 이상 자고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더라는 벅찬 감동을 껴안은 선물도 없습니다.

주먹안에 뽀득뽀득 눈을 뭉쳐 굴리기 시작해 몸통보다 더 커져 버린
머리를 올리느라 낑낑대는 눈 사람을 만들지 못해도 좋지만

눈. 이라는 그 차갑게 포근한 그 마음을 잊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STORY > day writt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하루  (0) 2008.03.11
으으으 마감인데;;;  (2) 2008.03.08
자신의 목소리  (0) 2008.02.26
함박 스테이크를 먹고  (0) 2008.02.23
줏어오다.  (0) 2008.02.21
자기 목소리를 내자.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떤 '사실'을 이야기 하면서
'...라고 하던데 말이죠.' 라던가 '........그랬다더라.' 라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물론 이야기 자체가 이런 식의 이야기인 경우에는 상관이 없겠지만
남의 말을 빌어 혹은 이른바 '카더라' 통신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들은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런건 게시판에서도 왕왕 보는데 몇몇가지 이유로 자신의 말을 보충하거나 대변하기 위해
퍼오는 글의 경우를 제외하고 일단 퍼오고 보는 것으로 보이는 글의 경우
그것에 대해 반론이 거세지면 그랬다고 하던데.. 라고 마무리 하려는 경향이 많다는 것.

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좀 내었으면 한다.
난 말주변이 없다. 표현을 잘 못해서. 라는 등의 이야기는 그다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짧고 부족해도 자신의 생각.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더 즐겁지 않을까..?

그리고 듣고 글을 읽는 사람들도 상대의 이야기를 (애초에 건드리지 않는다면 몰라도)듣고 읽는다면
기왕이면 이해하려고 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이해와 공감의 선상은 서로 다른 위치에 있고
이해 한다고 해서 동의 하는 것은 아니니까... 나누려고 말을 하고 공감하기 위해 글을 쓰는데
한번더 생각해 보지 못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연극 무대에서 처럼 방백이나 독백을 하는 것이 아닌
정말 자신만의 이해 안에서의 독백임에도 불구하고
브로드캐스팅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뭐라고 할 말 조차도 없지만..

오후에 눈이 온다고 글을 쓴 이후 지금도 계속 내린다.
내일은 어떤 하루를 만들 수 있을까...

'STORY > day writt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으으으 마감인데;;;  (2) 2008.03.08
다시 눈이 내립니다.  (0) 2008.03.02
함박 스테이크를 먹고  (0) 2008.02.23
줏어오다.  (0) 2008.02.21
라면을 한개 더 삶다.  (4) 2008.02.20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은 <웅진윙스> 출판사에서 알려드리는 내용입니다. ^-^*
-----------------------------------------------------------------------------------------------------


책소개

박사따러 독일갔다 연애만 하다온 가방끈 긴 저자의 리얼 러브토크.

연애를 인터뷰하다


<연애를 인터뷰하다>는 우리 시대 연애남녀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들춰보며
가볍고 쿨하거나, 진하고 뜨거운 그들의 연애심리를 파헤친다.

독자들은 연령, 직업, 연애 경험이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 속에서 늘 미완성으로 끝나는
자신의 연애사를 되짚어볼 수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다음날 바로 소개팅을 하는 것도, 세상 모든 남자를 경멸하며 마음의 문을 걸어잠그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실연당한 자기 자신과 치열하게 대면하면서 '애도의 시간'을 통해 슬픔을 온전히 비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연애를 해봐야 외로움이 뭔지도 알기에 진정한 행복을 위해 나만의 누군가를 꼭 찾기를 독려한다.
또한 연애에 있어 번번이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연애패턴과 마음가짐을 교정해 준다.



저자 소개

문학박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지만 학위취득보다 딴짓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독일생활 6개월 만에 베를린의 연극판에 뛰어들어 소극장 조연출로 일했고, 월간 PAPER 등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베를린의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녔다. 주독 한국대사관 현지직원으로도 일했다.
물론 그 와중에 다섯 번쯤 사랑에 빠졌고, 다섯 번쯤 이별을 경험했다.
결국 종잡을 수 없는 유학생활 8년 만에, 제도권 내에서 고고한 학자가 될 품성을 결코 타고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학업을 중단했다. 서울에 돌아온 뒤에는 홍대 앞에 둥지를 틀고 칼럼니스트, 번역가로 일하면서
서서히 베를린 사람이 아닌 홍대 앞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해외저작권 에이전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업가 같다는 말보다
소위 ‘가방끈’ 냄새가 난다는 말을 더 자주 듣는다. 연애에 관한 나름의 철학이 있다면 연애를 할 때마다
결혼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헤어질 땐 이혼하는 심정으로 마음을 정리하는 것.

지은 책으로는 『Catch the Berlin, 언더 더 베를린』『위트 상식사전 스페셜』 등이 있고,
홍대문화에 관한 옴니버스 『홍대 앞으로 와!』를 엮어서 내기도 했다.
고려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독문학을 전공했고,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에서
드라마이론과 문화이론을 공부하다 말았다.



----------------------------------------

동준형의 새 책이 나왔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컨셉 변경과 수정 탈고를 거쳐 나온 책.은 과연 어떤 맛일까...

추신 : 연애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위궤양에 걸리게 하는 행위다.

왜냐하면 굳이 삼단논법에 적용하지 않아도
현실적으로만 가늠하기엔 벅차고
카타르시스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함박 스테이크를 먹고

함박 웃음 지으며

함지박을 들고 가자.


-윤정의 신기한 말들-

'STORY > day writt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눈이 내립니다.  (0) 2008.03.02
자신의 목소리  (0) 2008.02.26
줏어오다.  (0) 2008.02.21
라면을 한개 더 삶다.  (4) 2008.02.20
나아가라.  (0) 2008.02.17
주변을 보면 뭔가 잘 줏어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 어릴 때 길을 가다가 정말 그 '무언가'를 잘 줏어서 집에 들어와서
늘 어머니께 도대체 그걸 어디다 쓰려고 가지고 왔느냐. 버려라. 라는 말씀을
아니 실은 야단을 맞곤 했죠..
부러진 대나무 장대, 끊어진 호스, 베니어 합판, 쇠사슬, 고장난 똑딱이 시계,
심지어는 뿌리채 뽑혀진 코스모스를 들고와 마당 한켠에 심었던 적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분명히 쓸모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직 확실히는 알수가 없지만 뭔가 모호하고 애매하지만
분명히 사용할 데가 있거나 그냥 두어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한 몇일 두면 내가 그걸 줏어 왔다는 것은 까맣게 잊어 버리고
다시 무언가를 또 줏어오죠... 그렇게 줏어 오는게 가능했던 것은
어머니께서 꼬박 꼬박 챙겨 내다 버리셨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내다 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생긴 물건들을 그래도 뭔가 쓸모가 있을텐데...
그래도 언젠가는 이용새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곤란하게도 전 이 양쪽에 다 해당합니다. 줏어 오기도 잘하고 스스로가 잘 버리지도 못하지요.
가끔 어머니께서 제 집에 오셨다 가시면 어떻게 된 일인지
버려야 할 쓰레기가 20리터 봉투로 서너개는 나옵니다. 이건 마법과도 같은 일이더군요..;;;

물론.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 입니다. 지금은 줏어 들어오지도 않고 내다 버리기도 잘 합니다.


사람 마음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마음을 받아 들이는 것도 내치는 것도 잘 하는 사람이 있고
우유부단해 보일만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받기만 잘 받고 자신의 마음을 내 주지 않는 사람
혹은 죽으라고 마음을 내어 놓기만 하는 사람도 있을테고요...

이런게 완급이 조절이 잘되면 조금은 더 나을까요? 흠....

아 방금 인화한 사진이 도착했군요. 이제 사진을 뒤적 뒤적... 버릴건 버리고 챙길건 챙기고...
좋은 오후 가지십시오. ^^
 
 
 
 
 
추신 : 사실 한 친구가 늘 제게 '줏어'가 아니라 '주워' 가 맞다고 야단을 칩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전 어감이 이게 더 좋습니다.;;;;;;;;;;;;;;

'STORY > day writt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신의 목소리  (0) 2008.02.26
함박 스테이크를 먹고  (0) 2008.02.23
라면을 한개 더 삶다.  (4) 2008.02.20
나아가라.  (0) 2008.02.17
사진을 찍는 나는...  (0) 2008.02.07
라면을 한개 더 삶다.

아이들이 밥 맛 없다고 라면을 끓여달라기에
세 명분으로 두 개를 삶다가
얼른 한개를 더 넣는다.
라면 국물에 뜨는 기름이 몸에 좋지 않다고
개수를 줄이며 살아 왔는데
나를 지탱하는 힘으로 삼던 라면 국물 맛이 떠올랐기 대문이다.
24명의 자식들 점심으로 8개의 라면을 삶던 어머니
양이 많아야 한 입이라도 더 먹을 수 있기에
물을 많이 넣고 퍼지도록 끓였다.
나는 전태일 어머니의 그 라면을 생각하며 젊은 날을 버텼다.
자취방 찾아 오는 친구들에게
라면에 찬밥 먹는 대접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라면을 잘 먹지 않는다.
감기게 걸리면 보름을 넘기기 일쑤고
욕할 때 조차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몸, 휘하려고도 한다지만
라면을 먹지 않을 정도로 겁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버리려고 했던 라면 맛
한식남 심은 나무처럼 살려야 한다고 아이들 앞에서
나는 오기를 부린 것이다.
-명문재 시집 <책이 무거운 이유>에서-

------------------

라면 값이 오늘을 기점으로 100원이 더 오른다고 한다.
뉴스에서 들은 이 한줄의 이야기는 더이상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시대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다.
삼양라면이 꿀꿀이 죽을 5원에 사 먹는 사람들을 보고 더이상은 안되겠다고 생각하여
정부에서 5만불을 빌려 일본에서 라면 끓이는 기술과 기계를 도입해와서
라면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이래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라면만해도
우유라면 된장라면 까만소라면 간장라면 형님라면 해물라면 짬뽕라면 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 최초의 컵라면인 삼양 컵라면 (그 때 당시에는 종이 곽 위에 플라스틱 커버가 하나 더 있었다.)
을 뜨거운 물을 부어 넣고 3분을 두근 거리며 기다려 바닥을 박박 저어 스프를 섞이게 해서 먹었던 기억과
성당의 친구들이 집에 찾아오면 야식은 10중 8, 9는 어머니께서 커다란 찜통에 라면을 끓여 내어 주시었고
집에 무슨 공사라도 할라 치면 공사 인부들에게는 짬뽕이나 자장면이 아니라 라면을 끓여 나갔었다.

밥을 못먹으면 라면이 있었고 라면을 먹으면 반드시 대접에 따로 담아 뚜껑을 덮어 두었던
차고 구둑구둑 해진 찬밥을 말아 후루룩 후루룩 국물 하나 남기지 않고 먹었다.
계란 하나가 대단히 놀라운 추가 음식이었던 시대를 넘어
이제 라면에 참치 한캔 정도는 예사이고 삼겹살이네 각종 특수 작물 까지도 넣어 먹는다.

안성탕면과 신라면 그리고 너구리 라면이 주종을 이루어내며 라면이 주식을 넘어 별미의 시대까지 온 지금
시대가 발전하면서 라면이 같이 발전한 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나라에 라면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가 못먹고 못사는 서민들을 위함이었음을 생각 해 보면
500원에서 1000원가지 하는 라면의 그 비쌈은 사람의 마음을 참 서글퍼지게 만든다.

대학 등록금이 일천만원에 육박하는 지금 우리의 대학 시절 때 처럼 점심은 700원에 라면 한그릇이면 충분했고
학우들이 남긴 라면을 싹싹 끌어 모아 먹던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음은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아야 하겠으나 라면에 깃든 정신을 더이상 볼 수 없음은 마음이 아프다.
라면이 비싸져도 사람들은 굶지 않는 시대가 온다면 그것으로 유토피아이겠으나
극단적으로는 노숙자 배식에 라면을 쓰기에도 계산기를 먼저 두들겨야 하는 시대라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다.

라면 값이 100원 오른다.
소중한 마음이 100원어치 떨어지는 것 같다.


-------추신 :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군요.

라면에 관한 제 일기를 읽으신 여러분.

제 더위를 이렇게 사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STORY > day writt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박 스테이크를 먹고  (0) 2008.02.23
줏어오다.  (0) 2008.02.21
나아가라.  (0) 2008.02.17
사진을 찍는 나는...  (0) 2008.02.07
한달만에 일만명  (0) 2008.01.31

인간의 양쪽 눈은 왜 앞을 향하고 있을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이 세상에 돌아갈 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두 눈을 크게 부릅뜨고
앞을 향해 걸어갈 수 밖에 없는거다.
그게 인간이란거다.

돌아갈 곳을 갖지 못한게 인간이라면
사실 갈 곳을 모르는 것 또한 인간.
모든 인간은 위험에 빠졌을 때
그 직류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 노력하는 법.
물에 빠진 자가 지푸라기를 잡았다고 해서 누가 때릴 수 있을 것인가?

나아가고 또 나아가라.
뒤돌아 보기엔 앞이 너무 흥분된다.

'STORY > day writt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줏어오다.  (0) 2008.02.21
라면을 한개 더 삶다.  (4) 2008.02.20
사진을 찍는 나는...  (0) 2008.02.07
한달만에 일만명  (0) 2008.01.31
인연  (0) 2008.01.3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억이 맞다면 연극 몽연은 배우 김지영이 출연했던 연극으로 오아시스 습격사건의 멤버들로 구성되어져 있었다.
앵콜작인 지금은 임정은 박지아 진남수 등으로 구성되어 열연중에 있다고 하여 찾아 갔다.

사실 연극에 대한 소개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고 그저 인터넷에서 슬쩍 스치듯 본게 전부인지라
그저 멜로물 정도의 수준일까 싶은 생각이었는데
이 연극 상당히 다양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무대 우측에는 불꺼친 초와 의자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첼로 한대가 있는데 이곳은
극의 시작과 끝을 그리고 극 중간의 이음새 역할을 해 준다.

연극은 무대의 좌측에서 종로에 사는 한인성이 세상을 떴음을 알리는 것으로 시작 된다.
상당히 monolog 적인 성격을 띄고 진행되어 지는 몽연은
좁고 작은 무대를 앞뒤 혹은 좌우로 분할하여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긋고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한인성과 이승에 남아 그를 마음에서 보내지 못하는 아내 유인우의 모습을
1인극의 형태를 취하고 그들의 교차점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배우의 연기는 가히 광적이라 할 정도로 인식하기도 전에 관객이 몰입을 하게 만든다.
내가.. 내가 그 무대에 서 있게 된다.

남자는 끊임없이 구약성서의 아브라함의 족보를 읊고
여자는 끊임없이 남자를 만나기 위해 잠 들어 꿈을 꾼다.

그 믿기지 않고 믿을 수도 없고 인정할 수 없는 남자의 부재는 급기야
여자를 미치게 만들고 꿈속의 교차점 조차도 만족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남자를 직접 만나기 위한 극단의 선택 혹은 최선의 선택을 한다.

남자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구약성서 외어 읊기는
결국 연극의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마지막에야 알려주면서
모든 장치와 흐름을 한번에 알게 해 준다.

왠지 영화 '국화꽃향기'가 떠올랐던 중간 장면이나
그간 보아 왔던 몇몇의 실험극에서 봄직한 몇몇 장면은 그렇다 치고,
인상 깊었던 몇가지는 바로 소리다.
극도로 소리를 배제한 이 연극은 배우들의 동작이나 장치의 이동 중 등에도
쓸데 없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대신 절제되고 정화된듯 한 소리가 또다른 장치로서 나오는데
욕조에 물이 쏟아지는 소리와 그 물을 손에 받을 때 들리는 소리,
맨발로 나온 배우들의 바닥에 스치는 소리나 그들의 웃음소리와 가슴을 치고 바닥을 치는 소리.
그리고 꺼억 숨이 막히는 그녀의 오열은 나와 교차가 되면서
동앗줄로 묶어 끓어 넘치는 에너지를 강하게 억눌러 나즈막히 죽인 그들의 몸짓 소리들은
내가 어느새 무대에 올라가 오열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래서 소극장은 좀 싫기도 하다. 좁고 주리가 뒤틀리는 것은 감안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지만
배우와 관객이 너무 가까워 굳이 마이크를 설치 하지 않아도
그들의 숨소리 눈물 한방울이 너무 생생히 전달되어져 온다.

필자가 본 몽연의 주제는 매우 간단해 보인다.
(물론 그에 따르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담겨 있지만)사랑은 이어져간다 라는 것인데
보편적이라 할 수 있는 주제와 극의 짜임새 있고 몽환적인 구성과는 달리
극의 마지막 부분, 결론을 내리는 방법은 異見이 있을 소지가 많아서 조금은 아쉽다.

어쨌거나 생각해 볼 일이다.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에 대한 마음이란 것은...

2월 29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모시는 사람들.
여자 - 사랑하는 이가 죽은 사람 : 유인우
남자 - 사랑하는 이를 두고 죽은 사람 : 한인성
닭 - 꿈의 끝 신호자
가면인 - 이미 살았거나 죽었을 혹은 살아갈 세상 사람들로 작품에 필요한 모든 다른 역할.
연출 - 권호성 (극단 모시는사람들 상임연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