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보면 뭔가 잘 줏어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 어릴 때 길을 가다가 정말 그 '무언가'를 잘 줏어서 집에 들어와서
늘 어머니께 도대체 그걸 어디다 쓰려고 가지고 왔느냐. 버려라. 라는 말씀을
아니 실은 야단을 맞곤 했죠..
부러진 대나무 장대, 끊어진 호스, 베니어 합판, 쇠사슬, 고장난 똑딱이 시계,
심지어는 뿌리채 뽑혀진 코스모스를 들고와 마당 한켠에 심었던 적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분명히 쓸모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직 확실히는 알수가 없지만 뭔가 모호하고 애매하지만
분명히 사용할 데가 있거나 그냥 두어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한 몇일 두면 내가 그걸 줏어 왔다는 것은 까맣게 잊어 버리고
다시 무언가를 또 줏어오죠... 그렇게 줏어 오는게 가능했던 것은
어머니께서 꼬박 꼬박 챙겨 내다 버리셨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내다 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생긴 물건들을 그래도 뭔가 쓸모가 있을텐데...
그래도 언젠가는 이용새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곤란하게도 전 이 양쪽에 다 해당합니다. 줏어 오기도 잘하고 스스로가 잘 버리지도 못하지요.
가끔 어머니께서 제 집에 오셨다 가시면 어떻게 된 일인지
버려야 할 쓰레기가 20리터 봉투로 서너개는 나옵니다. 이건 마법과도 같은 일이더군요..;;;

물론.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 입니다. 지금은 줏어 들어오지도 않고 내다 버리기도 잘 합니다.


사람 마음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마음을 받아 들이는 것도 내치는 것도 잘 하는 사람이 있고
우유부단해 보일만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받기만 잘 받고 자신의 마음을 내 주지 않는 사람
혹은 죽으라고 마음을 내어 놓기만 하는 사람도 있을테고요...

이런게 완급이 조절이 잘되면 조금은 더 나을까요? 흠....

아 방금 인화한 사진이 도착했군요. 이제 사진을 뒤적 뒤적... 버릴건 버리고 챙길건 챙기고...
좋은 오후 가지십시오. ^^
 
 
 
 
 
추신 : 사실 한 친구가 늘 제게 '줏어'가 아니라 '주워' 가 맞다고 야단을 칩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전 어감이 이게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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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한개 더 삶다.

아이들이 밥 맛 없다고 라면을 끓여달라기에
세 명분으로 두 개를 삶다가
얼른 한개를 더 넣는다.
라면 국물에 뜨는 기름이 몸에 좋지 않다고
개수를 줄이며 살아 왔는데
나를 지탱하는 힘으로 삼던 라면 국물 맛이 떠올랐기 대문이다.
24명의 자식들 점심으로 8개의 라면을 삶던 어머니
양이 많아야 한 입이라도 더 먹을 수 있기에
물을 많이 넣고 퍼지도록 끓였다.
나는 전태일 어머니의 그 라면을 생각하며 젊은 날을 버텼다.
자취방 찾아 오는 친구들에게
라면에 찬밥 먹는 대접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라면을 잘 먹지 않는다.
감기게 걸리면 보름을 넘기기 일쑤고
욕할 때 조차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몸, 휘하려고도 한다지만
라면을 먹지 않을 정도로 겁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버리려고 했던 라면 맛
한식남 심은 나무처럼 살려야 한다고 아이들 앞에서
나는 오기를 부린 것이다.
-명문재 시집 <책이 무거운 이유>에서-

------------------

라면 값이 오늘을 기점으로 100원이 더 오른다고 한다.
뉴스에서 들은 이 한줄의 이야기는 더이상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시대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다.
삼양라면이 꿀꿀이 죽을 5원에 사 먹는 사람들을 보고 더이상은 안되겠다고 생각하여
정부에서 5만불을 빌려 일본에서 라면 끓이는 기술과 기계를 도입해와서
라면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이래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라면만해도
우유라면 된장라면 까만소라면 간장라면 형님라면 해물라면 짬뽕라면 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 최초의 컵라면인 삼양 컵라면 (그 때 당시에는 종이 곽 위에 플라스틱 커버가 하나 더 있었다.)
을 뜨거운 물을 부어 넣고 3분을 두근 거리며 기다려 바닥을 박박 저어 스프를 섞이게 해서 먹었던 기억과
성당의 친구들이 집에 찾아오면 야식은 10중 8, 9는 어머니께서 커다란 찜통에 라면을 끓여 내어 주시었고
집에 무슨 공사라도 할라 치면 공사 인부들에게는 짬뽕이나 자장면이 아니라 라면을 끓여 나갔었다.

밥을 못먹으면 라면이 있었고 라면을 먹으면 반드시 대접에 따로 담아 뚜껑을 덮어 두었던
차고 구둑구둑 해진 찬밥을 말아 후루룩 후루룩 국물 하나 남기지 않고 먹었다.
계란 하나가 대단히 놀라운 추가 음식이었던 시대를 넘어
이제 라면에 참치 한캔 정도는 예사이고 삼겹살이네 각종 특수 작물 까지도 넣어 먹는다.

안성탕면과 신라면 그리고 너구리 라면이 주종을 이루어내며 라면이 주식을 넘어 별미의 시대까지 온 지금
시대가 발전하면서 라면이 같이 발전한 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나라에 라면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가 못먹고 못사는 서민들을 위함이었음을 생각 해 보면
500원에서 1000원가지 하는 라면의 그 비쌈은 사람의 마음을 참 서글퍼지게 만든다.

대학 등록금이 일천만원에 육박하는 지금 우리의 대학 시절 때 처럼 점심은 700원에 라면 한그릇이면 충분했고
학우들이 남긴 라면을 싹싹 끌어 모아 먹던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음은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아야 하겠으나 라면에 깃든 정신을 더이상 볼 수 없음은 마음이 아프다.
라면이 비싸져도 사람들은 굶지 않는 시대가 온다면 그것으로 유토피아이겠으나
극단적으로는 노숙자 배식에 라면을 쓰기에도 계산기를 먼저 두들겨야 하는 시대라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다.

라면 값이 100원 오른다.
소중한 마음이 100원어치 떨어지는 것 같다.


-------추신 :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군요.

라면에 관한 제 일기를 읽으신 여러분.

제 더위를 이렇게 사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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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양쪽 눈은 왜 앞을 향하고 있을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이 세상에 돌아갈 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두 눈을 크게 부릅뜨고
앞을 향해 걸어갈 수 밖에 없는거다.
그게 인간이란거다.

돌아갈 곳을 갖지 못한게 인간이라면
사실 갈 곳을 모르는 것 또한 인간.
모든 인간은 위험에 빠졌을 때
그 직류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 노력하는 법.
물에 빠진 자가 지푸라기를 잡았다고 해서 누가 때릴 수 있을 것인가?

나아가고 또 나아가라.
뒤돌아 보기엔 앞이 너무 흥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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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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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다른 블로그에 월 방문자수가 얼마나 되는지 난 모른다.

인기 좋은 곳은 몇만명일테고
공개되어지지 않은 곳은 몇명이이라는 것은
굳이 뒤져 보지 않아도 자명한 일.

다만 지금의 일만 이라는 숫자는

기존에 운영하던 싸이트를 닫고
2008년 1월 1일에 시작한 이 블로그에

정확하게 1개월 만에, 정확하게 1만명이 방문을 했다는 것.
안타깝게도 지금은 일만명 하고도 3명이 더 카운트가 되어있긴 하지만..

그냥 이런 감상도 좋다.
약간의 불편함과 약간의 긴장감 그리고 약간의 즐거움이 섞인 감상.

일만명이라니... 끄................;;;;

가득 차 있다는 일만으로 생각하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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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참 모진면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아무리 놓은 적이 없다고 부르짖어도
손 끝에 위태 위태 올려놓고 부여잡고 있으면
결국은 놓친 것과도 마찬가지.

인연의 모습이 지나간 시간에 외곡되었다고 슬퍼해 봐야
이미 지나간 것은 의미 없음으로 잠식되어진다.

그 외곡에는 마음도 명예도 자존심도 추억도 기억도 회복해도 그대로 남게 되어 있다.

이 모진 인연에 종지부를 서너번은 찍어본 것 같다. 아니 찍혀 보았다는게 옳겠다.
관두자.. 이것도 곧 지나갈 것을...

대답없이 기다려 본 시간에 대한 미련은 남기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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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간단하게 하게된다.

역시 사람이 사람을 관계 하면서 중요하게 되는 부분은
교집합 되는 그 부분만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서 나와의 교집합 되는 부분을 제외한
더욱 큰 여집합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

문제는 그 여집합에서 교집합 되는 부분과 너무나도 상이한 점을
굳이 분석하고 관찰하지 않아도 아주 간단하게 발견하게 되는 경우.

그런 것을 확인할 때 마다 실망의 크기는 커져가고
결국은 단절 혹은 더하고 빼고 제로의 관계로 주저 앉게 된다.

그런걸 눈치채게 해 주면 혹자는 그래서 삐졌느냐 마음 상했느냐 라고 묻기도 하는데
그런 질문은 완전히 착각하는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삐지고 마음 상하는 것들은 회복의 희망을 두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고
보통의 이런 경우는 그런 희망이 아니라 관계의 규정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참.. 여러가지 이유로 기분나쁜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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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있는 운정성당(다율리 소재)에 촬영을 하러 가야겠다.
점심 때 쯤 가서 사진을 찍고 근처에서 밥 먹고 저녁 때 쯤 다시 가야지.

요즘은 뭔가 느긋한 촬영에 목 말라 있는 것 같다.

돈과 시간의 승부. 결국 내가 찍는 사진은 그런 턴을...
 
아직은 못 벗어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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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뭐 그렇게 배잡고 넘어갈 코믹한 즐거운 이틀이 아니어도 좋다.

공기 좋은 곳 온천에 가서 몸 풀고 산책도 하고 밥도 해 먹고
그렇게 마음에게 좀 쉬라고 쉬라고 다독여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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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것  (2) 2008.01.21
나는 술을 깨기 위해 친구네 찬장을 뒤져
예전에 내가 사다 두었던 인스턴트 커피를 꺼내고 물을 올렸다.
'커피 물래?' '조오치' 이제 막 기포가 생기며
달그락 거리며 수선을 떠는 조그만 주전자에
수돗물을 한컵 더 부어 넣고 그 앞에 서서
새파랗게 올라오는 가스렌지 불을 들여다 본다.

정신없이 요동치는 주전자를 들어 친구는 믹스 커피 나는 조금 진한 블랙 커피를 만들어
게임을 셋팅 중인 친구 옆에 조심스레 내려 놓는다. 팔꿈치에 부딪히지 않을 위치를 가늠하며.

커피가 왠거냐는 질문에 '너 출장 가기 전에 내가 사다 둔거걸랑...'
있는데로 바보 취급을 해 준 다음 다시 한모금.
뜨거운 기운이 입술에서 부터 목구멍을 타고 위장으로 내려 가는 것이 느껴진다.

졸아야 할지 잠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친구 등을 두들겨주고
난 신발을 신고 나와 찬바람을 온몸에 껴안고 차로 향한다.

그동안 오가는 몇통의 문자는 분명 효과가 있었다.
그런 기대치에 대한 서로의 마음을 애써 무시하고
차에 앉아 잠시 눈을 감는다.

금새 휴대폰을 꺼내 전화번호 검색을 해 본다.
고독이라는 바람을 온몸에 휘감고 다니는 그 꼴에
나는 참 편협하게 외로운 사람이구나...

몸은 깼으나 마음이 아직 취해 있는 듯 하다.

꼴에 홍익인간의 후예라고 한잔 술에 붉게 물들어 활활 타오르는 꼴이라니... 쯧쯧..
혼자말을 내뱉고 시가잭을 꾹 눌러 전기를 넣는다.
차안의 온기가 더해지면서 창을 열고 딸칵 튀어 나온 시가잭을 뽑아 담배에 불을 붙인다.
후... 입김인지 담배연기인지 구분이 안될 연기가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푸르스름하게 변하며 사라진다.

왠지 이야기를 더 해야 할 것 같다.
왠지 사람의 체온이 가까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왠지라고 서두를 붙이는 것은 이것이 외로움이나 고독의 형태를 띄기전의
보다 크고 깊은 마음이라 그런것. 나는 자신에게 어이없음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준다.

핸들을 크게 돌려 차를 움직인다.
도로로 나서니 차창을 지나 들어오는 바람이 제법 시원하다.
이대로 길게 드라이브를 갈까..
나트륨등 외로운 불빛 가득한 도시 외곽에서 사진을 찍을까...

수만가지 상념을 꼬리에 가득 달고 차의 속도를 높인다.
그래봐야 떨어지지 않을 상념인데도 불구하고.

그리 길지 않은 귀가길을 길게 길게 걸려 도착하고
주차할 곳 없는 골목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남의 자리에 떡하니 세우고는
뒷통수가 근지러운 기분을 하나 더해서 집으로 들어온다.

적당히 차가운 집안의 공기.
이제 샤워를 하자...

곧.. 다시 하루가 시작 될게야...
속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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