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느 모퉁이에 벽을 보고 서서 엉덩이만 내밀고 있는 것인지
불행은 편도 8차선 고속도로에 늘어선 강아지 풀마냥 구분도 안될만큼 휙휙 지나간다.

몇일전 사업기획안이 구체적으로 변하던 어느 밤.
이상하리만치 차분해왔던 감정이 툭. 흔들려버렸다. 그때 부터 우울모드.
조수석 너머로 보이는 새파란 하늘을 보아도
집 앞 골목 촘촘하게 하늘을 가리고 있는 전깃줄을 보아도
웃긴 농담이 오가다 잠시만 공백이 생겨도
그 틈을 비집고 감상적인 우울함이 머리를 빼꼼 들이민다.

어느 친구는 비겁한 헤어짐에 눈물을 흘리고
어느 친구는 매일 밤마다 소주 일잔에 잠을 청하고
어느 친구는 자진해서 헤어짐을 택하고
어느 친구는 끊어진 인연을 붙잡고 다시 시작이라 변명하고
어느 친구는 외로움의 댓가를 정액의 소모로 치루고
어느 친구는 책임 없는 세상을 꿈꾸고
어느 친구는 자살의 합리화를 찾는다.

눈물과 땀과 정액과 비명이 새까만 하늘 아래 어우러져
오늘 밤도 이 도시의 회색벽에 아로 새겨지고
황금빛깔 구름을 보며 이쁘다를 연발하면서도
마음은 물과 기름의 그것마냥 아래로 아래로 가라 앉아만 간다.

운전을 하고 돌아오는 새벽
누군가의 목소리가 간절히 필요했지만
그 간절함에 대한 대답은 mp3와 내 목소리.
낮고 공허하게 울리는 나의 소리는
간절한 만큼 건조하다.

세상에 떠밀려 나와 내 의지로 걸어온 이만큼의 시간이
갑자기... 막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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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주 어렸을 때 부터 하늘 보는 것을 좋아했다.
양옥식 건축물이었지만 기와로 덮혀 있던 지붕에 올라갈 용기가 생겼던 어느날은
경사진 기와 지붕에 드러누워 한없이 떠가는 구름들을 보며 가슴 두근거려 하고
집 앞 골목을 돌아 좀 더 넓은 하늘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눈 앞에 확 드러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는 버릇도 생겼었다.

110미리 카메라가 손에 들려진 어느날
왜 그런지는 확실히 설명을 잘 못하지만
아마 그 때쯤 부터 하늘 사진을 찍은 것 같다.
지금도 고향집 서랍을 뒤져 보면 그때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모여
두런 두런 당시의 시간을 이야기 나누고 있음을 들을 수 있다.

방금 담배 하나도 피고 잠도 좀 깰 겸 회사 앞으로 나갔는데
길게 이어진 여러층의 새털 구름이 바람에 이끌리듯
빠르게 하늘을 질러 36층의 빛나는 빌딩 뒤로 나아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아 하늘 이쁘네.. 라는 말을 소리내어 말하고는
이내 담배를 빼물고 멍하니 흩날리는 연기뒤로
담백한 장관을 펼쳐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 보다 들어왔다.

일요일이 시작 되었다.
미국 소고기 수입에 나라가 시끄럽고
휘발유 값이 2000원을 넘어서고
LPG도 1000원을 넘어서고
물가도 자동으로 10% 15%를 다시 급상승을 하고
사람들은 힘들어 힘들어 목을 매고 있는데
내가 살아가야할 방향이 십자로를 넘어서서 사방 다 막힌 콘크리트 벽이고
친한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생기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는데
이땅의 신음소리와는 달리 저 하늘은 너무나도 고요하고 느긋해 보인다.

그래 어쩌면 그래서 살아갈 용기를 힘을 가질 수 있는지도 모른다.
고개 들어 올려다 보면 그래도 숨을 쉴 공간이 보여서...

아직은 좋은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음에 우선 감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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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계가 있고 끝이 있지만
고민은 한계가 없고
생각도 끝이 없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한다면 누가 나를 믿을 수 있을것인가.
고민과 생각을 좋은 수건으로 씻어 털어내고
맑고 건강한 웃음으로 몸을 채워야
다른 사람에게도 그 에너지가 전달이 되어 내 의지가 이어진다.

그로인해.

잠시 휴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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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가방을 어깨에서 내려 놓고
그 앞에 털썩 주저 앉아
가방을 열고
디지탈카메라를 꺼내고
필름카메라를 꺼내고
렌즈와 필터들을 꺼내고
융이랑 주변 기기들을 꺼내고
방바닥에 좌아악 늘어 놓고
잠시 멍하니 들여다 본다.
카메라에서 배터리를 빼고
메모리 카드를 빼고 필름을 빼고
하나 하나 먼지를 털고 닦고
가방을 뒤집어 먼지를 털어 내고
원래의 자기 케이스들을 다 꺼낸다.
하나하나 원래의 자리에 다 집어 넣고 방진팩에 밀봉한다.
그리고 남은 것들 다 모아 가방에 다시 차곡 차곡 집어 넣는다.
가방을 닫고 진공팩을 꺼내 가방 통째로 집어 넣고 밀봉 한다.

밀납양초를 꺼내 불을 붙여 봉인 표시를 하고
허리를 펴고 일어서서 책장 위 깊숙한 곳에 밀어 넣는다.

그 날도 이렇게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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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다르게 아침 해를 본다는 것이 곤욕이다.
물론 아침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던가 반기지 않는다던가 하는 뜻은 아니다.
내가 비록 아침 해를 보며 귀가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달리 말하면 아침이 오지 않으면 귀가하기도 어려워진다는 뜻이 되기도 하고
사실 아침의 즐거움이나 그 신선함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놀며 밤을 새우는 것과 달리 이렇게 밤을 새운다는 것이
몇년째 지속이 되면 생활리듬을 시작으로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동시에 포기해야만 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포기의 정도와 무너지는 리듬이 더욱 커지는 것은
별개로 하는 운동 따위와는 하등의 상관 없이 속도차가 크다.

이럴 때는 마치 뭐랄까... 우울증 환자의 표본이 된 기분이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늘 아침 같이 회색의 여명의 경우에는
뜨거운 햇살이 머리 속을 뒤흔들어 놓지 않아서
그나마 차분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새벽 5시에 담배를 피고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정말 이대로 집에 가서 시원하고 포근한 그러면서도 약간은 까칠한 듯한
내 이불위에서 잠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좀... 느긋하고 여유로운 휴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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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토론을 할때 정치적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는 왕왕 있지만
이른바 politic한 경우에도 negotiation의 경우에도 필요한 것이고
농담이나 우스갯 소리의 경우에도 자주 사용을 한다.

그렇지만 실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다.
뻔히 나와 있는 답에 대해서 수백 수천가지 개념과 사상을 붙여 이야기를 하는데
왜 그리 다들 침을 튀겨가며 소리를 질러대는지
모두 좌파, 혹은 우파.
모조리 다 우국지사고 모조리 다 아나키스트이며 모조리 다 체의 추종자다.
단 자기 혼자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무력을 수반하여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과거의 전쟁에서 보아왔듯이
내가 옳음을 상대에게 인정시키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그 옳음에 대해 명확하지도 않으면서 눈감고 귀막고 주먹을 휘두르며
악을 쓰는 싸움은 결코 달갑지 않다.

다양한 의견 다양한 생각 다양한 개성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겠지.
당신들이 앞에 나서서 나서지 않는 사람을 '개탄' 하면서 뭐라 하는 것도
생각해 보고 이해해 줄 수 있는데
달갑지 않은 이유는 내가 정치 이야기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당신들의 목소리에 폭력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당 지금의 시대에 있어서 싸우는 이유는
서로가 다름을 확인하고 협조를 하여 어우러지고 발전해 나가기 위함이 아니던가?

왜 당신들은 그 알량한 지식과 논리로 중무장한 채
혀 짧고 소심한 그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가?
그렇게 미소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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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해야겠다.

매일매일 마음만 먹고
외국인들 만날 때 마다 생각을 하지만
그 순간을 넘기면 그걸로 그만인 영어공부 생각.

그래봐야 딱히 특별한 무언가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독일식 액센트가 섞이거나 영어권이 아닌 타국 사람들과의 대화에도
가끔씩 말이 막히면.. 아휴... 답답하고 창피하고..

공부해야겠다.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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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은 어버이날이자 부모님 결혼 기념일.
그간 뵙지 못했음에 대한 죄송한 마음에
덜컥 집으로 와버렸다.

공개해서 쓰기에는 도저히 어려운 이야기들이
집안 구석 구석과 아버니 어머니 어깨위에 눌려있어
다시한번 가슴이 쓰라려 죽어 버릴 것 같고
그 무게에 나 라는 존재까지 엎어져 있어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래도 가족.
금새 우스개 이야기에 부비작 부비작 막내의 애교를 즐기신다.

일찍 잠들었던 나는 이랑이의 거친 짖음에 문득 잠을 깨
얼어서 잘 녹지도 않는 수퍼마켓 판매용 팥빙수를 부셔 가며 일기를 쓴다.

내일은 어머니랑 장을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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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 -

수많은 램프를 켜고
그의 침대에 둘러 앉아라.
그에게 너희 눈과 따뜻한 피와 의지를 주어 살게 하라.
그러나 죽음이 답하길
'내가 그를 선택했다.'

그가 가고 여름밤엔정적만 남았다.
침묵과 안전
그리고 잠의 장막.

그리고 멀리서 총소리가 들렸다....

----------------------------------------------------------------

시그프리드 로레인 사순 [Siegfried Lorraine Sassoon, 1886.9.8~1967.9.1]

제1차 세계대전에 종군, 두 차례에 걸친 부상 후 그 체험을 바탕으로
전쟁의 비참함과 무의미함을 사실적이고 박력 있는 서정시로 읊어 반전시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대표작으로 《역습 Counterattack》(1918) 《전쟁시 War Poems》(1919)
《여우사냥꾼의 추억 Memoirs of a Fox Hunting Man》(1928) 등이 있다.


------------------------------------------

"사람들은 그대가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지만
그대가 죽는 것은 단지 우리의 꿈속에서일뿐
 내일이면 다시 춤추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네"
-클레오파트라의 레오니드 마신에게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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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가끔 사람들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이쁘게 찍어 줘서 고마워요.
생각지도 못했던 모습이예요 마음에 들어요.
나 아닌 것 같아요 잘 찍어줘서 고마워요.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드는 조각은 원래부터 그 돌안에 들어 있었다.'

난 당신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원래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속에 숨겨져 있던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다.
사진작가인 나의 역할은 바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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