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가방을 어깨에서 내려 놓고
그 앞에 털썩 주저 앉아
가방을 열고
디지탈카메라를 꺼내고
필름카메라를 꺼내고
렌즈와 필터들을 꺼내고
융이랑 주변 기기들을 꺼내고
방바닥에 좌아악 늘어 놓고
잠시 멍하니 들여다 본다.
카메라에서 배터리를 빼고
메모리 카드를 빼고 필름을 빼고
하나 하나 먼지를 털고 닦고
가방을 뒤집어 먼지를 털어 내고
원래의 자기 케이스들을 다 꺼낸다.
하나하나 원래의 자리에 다 집어 넣고 방진팩에 밀봉한다.
그리고 남은 것들 다 모아 가방에 다시 차곡 차곡 집어 넣는다.
가방을 닫고 진공팩을 꺼내 가방 통째로 집어 넣고 밀봉 한다.

밀납양초를 꺼내 불을 붙여 봉인 표시를 하고
허리를 펴고 일어서서 책장 위 깊숙한 곳에 밀어 넣는다.

그 날도 이렇게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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