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느 모퉁이에 벽을 보고 서서 엉덩이만 내밀고 있는 것인지
불행은 편도 8차선 고속도로에 늘어선 강아지 풀마냥 구분도 안될만큼 휙휙 지나간다.

몇일전 사업기획안이 구체적으로 변하던 어느 밤.
이상하리만치 차분해왔던 감정이 툭. 흔들려버렸다. 그때 부터 우울모드.
조수석 너머로 보이는 새파란 하늘을 보아도
집 앞 골목 촘촘하게 하늘을 가리고 있는 전깃줄을 보아도
웃긴 농담이 오가다 잠시만 공백이 생겨도
그 틈을 비집고 감상적인 우울함이 머리를 빼꼼 들이민다.

어느 친구는 비겁한 헤어짐에 눈물을 흘리고
어느 친구는 매일 밤마다 소주 일잔에 잠을 청하고
어느 친구는 자진해서 헤어짐을 택하고
어느 친구는 끊어진 인연을 붙잡고 다시 시작이라 변명하고
어느 친구는 외로움의 댓가를 정액의 소모로 치루고
어느 친구는 책임 없는 세상을 꿈꾸고
어느 친구는 자살의 합리화를 찾는다.

눈물과 땀과 정액과 비명이 새까만 하늘 아래 어우러져
오늘 밤도 이 도시의 회색벽에 아로 새겨지고
황금빛깔 구름을 보며 이쁘다를 연발하면서도
마음은 물과 기름의 그것마냥 아래로 아래로 가라 앉아만 간다.

운전을 하고 돌아오는 새벽
누군가의 목소리가 간절히 필요했지만
그 간절함에 대한 대답은 mp3와 내 목소리.
낮고 공허하게 울리는 나의 소리는
간절한 만큼 건조하다.

세상에 떠밀려 나와 내 의지로 걸어온 이만큼의 시간이
갑자기... 막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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