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손에 외로운 동전 두개 뿐
-015B 곡 中 -




낮은 울림이 있는 철판을 딛고 올라서면
공중전화 부스만이 가진
푸르스름한 색의 여리고 약하기만 한 불빛 속으로 들어선다.

일렁일렁이는 불빛 아래서
주머니를 뒤적여 꺼낸 동전 두닢. (아아 빌어먹을 저건 카드로군)
을 구멍 안으로 천천히 굴려 넣으면
데굴 텅 데굴 텅 마음이 같이 굴러 떨어지는 것 같다.

때가 가득 낀 수화기에서는
수없이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한숨 냄새가
조용히 고개를 들어 내 목소리를 기다린다.

선고와도 같은 시간을 기다려 남은 것은
차갑게 식은 동전 두개
한숨 소리 같은 공허함.

혹은

일렁 일렁이는 불빛
일렁 일렁이는 마음
일렁 일렁이는 눈물.


그 밤.
그 골목.

'PHOTOGRAPH > sca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 만나기  (2) 2010.06.07
삼성동 어느 밤 산책  (4) 2010.04.30
석촌호수 위에서.  (4) 2010.03.30
이른 저녁 반달.  (2) 2010.02.24
coffee break  (4) 2010.02.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