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제주도는 내가 그간 보아왔던 섬과는 다른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뭐랄까 오만함이랄까 혹은 자존심이랄까 여튼 누군가가 말을 했듯이
백두산의 천지같이 욕할 수 없는 고귀함과는 다른 푸근함을 가진 백록담에 대한 이야기 같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팔을 벌리고는 있지만 그 등뒤로는 무엇이 놓여 있는지는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누구에게나 잘해주지만 정작 마음은 꾹 닫고 있는 아가씨 같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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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숲 길 -
정말 저 삼나무 숲길은 차로 갈 것이 아니라 사람이 타박 타박 걸어야만 하는 길이다.
약간은 좁은듯한 길을 차로 달리면 삼나무 숲 중간 중간의 숲향도
그 숲속에서 사박 사박 걸어오는 귓속말도 그냥 지나쳐서
그저 하나의 풍경으로밖에는 의미가 남지 않기 때문에라고 말하면 너무 심한 과장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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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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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인가? 혹 틀렸다면 추후 수정;;;)송악산 자락을 너머 다시 마주한 바다와 그 바다를 얼싸안고 있는 하늘.
저기 아래에 보이는 배는 하멜의 배를 전시해 둔 것이라고 한다.
그 뒤에서 묶여 있는 타 보기위한 말은 좀 아이러니 하기도 하지만 이 풍경은 다시한번
사람의 마음을 쥐어 흔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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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로 넘어가다가 우연히 만난 밭 길.
확실히 재미있는 것은 제주도에서는 지평선을 만나기가 무척 쉽다는 것이다.
땅이 넓어 어딜 둘러 보아도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지평선이 펼쳐지는 중국과는 달리
제주도는 그에 비해 상당히 작은 땅인데도 지평선을 쉽게 만난다.
물론 그 이유에는 도시개발이나 관광계획등이 얽혀 있겠지만 그런 이야길 하고 싶은게 아니라
난 너무나도 반갑다는 사실이다. 지평선이 마치 끝인 것 같아 되려 답답해지기도 하지만
어저다 저기에 무지개라도 걸쳐질량이면.. 아.. 그 얼마나 환상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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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 위 사진은 가로 900입니다.

제주도에서 좀 다녔네 하는 친구들에게 물으니 의외로 차귀도를 잘 모른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일몰의 핀포인트라고도 하던데
차귀도가 보이는 방파제에 걸터 앉아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내가 이대로 몸을 기울여 저 시커먼 심연 속으로 빠져버린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뫼비우스의 띠를 무색하게 만들정도로
맹렬하게 서론과 본론을 반복하며 돌고 돌았다.
가로로 끊임없이 펼쳐진 저 일직선상.
과거에는 저기가 세상의 끝이었고
현재에는 저기가 세상의 시작인데
나는 끝과 시작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공간 안에서 무엇으로 남는 존재가 될 것인가..
살짝..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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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국제공항-
그래도 공항인데.. 사진 한장은 찍어둬야지.
밤 비행기를 티켓팅 하고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담배를 빼물고
습한 공기 속에서 길게 연기를 토해내면서
내가 이곳에 남겨 둘 것은 무엇인지 감상에 젖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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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해도 좋다는 방송을 듣고 나서 찬물을 한컵 벌컥 벌컥 들이킨 후
촘촘하게 박혀 있는 대지의 별들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거미줄을 수십장 겹쳐 놓은 것 같은 빼곡하게 들어찬 색색의 별들은
누군가 하늘에서 보고 그려내기라도 한듯 여러가지 그림을 그려 내고 있었다.

이제 제주도의 짧은 여행은 끝나고 난 다시 도심으로 귀환했다.
금새 목이 따가워 오고 눈이 침침해져오는 걸 느끼면서
도시구나.. 라고 짧게 혼잣말을 내뱉은 다음 몇일간 조용히 잠 자고 있던 차에 시동을 걸었다.

다시.. 치열한 삶 속으로 입성하는 조금은 억울하고 조금은 안심되는 기분 속에
귓전에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약간은 짭잘하고 약간은 습하면서 고고한 자존심을 가진 바람섬의 목소리가...

이것으로 바람섬을 걸었던 짧고 수줍은 이야기를 마친다.

다음에는 작은 작은 단상을 적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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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나는 하늘을 좋아한다. 아니 미쳐있다 라고 표현해야 더 적절한 것 같기도 하다.
오죽하면 4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섬 제주도를 가면서도
아 제주도에서는 어떤 하늘을 볼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으니까.

첫날 오후를 그렇게 만들고 늦은 저녁을 맞이했다.
그렇다. 두번째 이야기는 앞의 첫번째 이야기의 저녁과 밤의 이야기다.

주상절리를 지나 차를 몰고 송악산으로 향했다.
시간을 계산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침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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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라는 감탄사 한글자로 대변할 수 있을까..
긴 문장 보다 오히려 지금의 이 순간은 짧은 단어가 훨씬 적당한 것 같다.
필자는 사람들에게 가끔 정말 멋진 노을을 아무때나 보려면 10월경 전라북도를 가야한다고 말을 하곤한다.
정말.. 그때의 서쪽하늘의 노을은.. 서울이나 대구에서 보는 그것과는 비교할 것 없이
화려하고 강렬하며 막강하다.

그런데 첫날 저녁에 맞닥뜨린 제주도 송악산에서의 노을은
화려하지도 강렬하지도 않았다.
그대신 농염하고 묵직했으며 걸쭉하다랄까..
여름바다의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황금색 땀을 뚝뚝 떨어트리며
내 몸을 몇겹이나 휘감고 애무를 하는 듯한 그 느낌이란
시선이 미치는 모든 거리와 공간만큼을 꽉채운 농밀한 숨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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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도 없고 표현조차 어려운 감정에 휩싸여 목책에 기대어 서서 연신 셔터만 눌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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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게 휘어감던 노을의 숨결이 서서히 옅어지고 이윽고 밤의 장막이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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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순간 후... 소리와 함께 숨통이 트였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마음이 간절했지만 거기서는 그래서는 안될것 같았다.
짧은 산길을 내려와 차에 가서 조금의 멈춤도 없이 담배를 빼물었다.
파리하게 부서지는 연기 사이로 아까의 노을이 다시 생각난다.

차를 돌려 숙소로 가기로 했는데
참 엉뚱하게도 바다도 아닌 시골길에서 정말 울컥하는 풍경을 만나게 된다.
자기 마음 내키는데로 이야기 하는 네비양과 의견 합의가 되지 않아
(사실 여행하는 내내 필자의 맵피가 매우 간절했을 정도다..)
길을 잘못들어 만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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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자락 어느 어귀에서 넘어가는 도로 중간, 조금만 나가면 바다가 보이는 곳인데
차를 길가에 급하게 세워버리고 말았다.
아랫배에 지긋이 힘이 들어가면서 콧날이 시큰해져 옴이 느껴진다.
문득.. 자살을 하려는 소녀가 황금색 노을에 온통 물들어 벼랑 끝에서서
역시나 황금색으로 물든 눈물을 펑펑 흘려내고 있는 모습이 생각났다.
아주 어릴 적 티비에서 본 그 드라마는 다른 그 어느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오직 그 장면 하나만 강렬하게 머리속에 각인이 되었는데
지금 이 순간 그 장면과 이 풍경이 겹쳐지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을 몸안 세포 하나하나를 통해 적나라하게 느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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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오른 도두봉.
도두항이 내려다 보이는 도두봉 언덕에는 어떤 가족과 연인들이 이미 올라 있었고
멀리 오징어잡이 어선들의 환한 불빛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쯤 그들은 사라졌다.
칠흙같은 바다에 자신만 환하게 불을 밝히고 떠 있는 기분이란 어떤걸까
물론 저 어부들은 생계를 위해 여린 감정을 가질 여유는 잘 없겠지만
그 사이사이에 그런 생각들이 이미 몸에 스며들어 있으리라..
그 적막함과 고독에 대한 확실한 표현인 불빛 하나 없는 배의 선미 선두 어디에서도
그 앞의 거리가 가늠되지 않을 그런 바다 위에 홀로 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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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숙소.
샤워를 하고 의자에 걸터 앉아 차게 해 둔 캔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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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꽉 움켜쥐어버린 먹먹함.
미칠것 같은 답답함과 알 수 없는 감정의 교차.
참아야만 했던 눈물과 기억. 그리고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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