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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독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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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깨기 위해 친구네 찬장을 뒤져
예전에 내가 사다 두었던 인스턴트 커피를 꺼내고 물을 올렸다.
'커피 물래?' '조오치' 이제 막 기포가 생기며
달그락 거리며 수선을 떠는 조그만 주전자에
수돗물을 한컵 더 부어 넣고 그 앞에 서서
새파랗게 올라오는 가스렌지 불을 들여다 본다.

정신없이 요동치는 주전자를 들어 친구는 믹스 커피 나는 조금 진한 블랙 커피를 만들어
게임을 셋팅 중인 친구 옆에 조심스레 내려 놓는다. 팔꿈치에 부딪히지 않을 위치를 가늠하며.

커피가 왠거냐는 질문에 '너 출장 가기 전에 내가 사다 둔거걸랑...'
있는데로 바보 취급을 해 준 다음 다시 한모금.
뜨거운 기운이 입술에서 부터 목구멍을 타고 위장으로 내려 가는 것이 느껴진다.

졸아야 할지 잠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친구 등을 두들겨주고
난 신발을 신고 나와 찬바람을 온몸에 껴안고 차로 향한다.

그동안 오가는 몇통의 문자는 분명 효과가 있었다.
그런 기대치에 대한 서로의 마음을 애써 무시하고
차에 앉아 잠시 눈을 감는다.

금새 휴대폰을 꺼내 전화번호 검색을 해 본다.
고독이라는 바람을 온몸에 휘감고 다니는 그 꼴에
나는 참 편협하게 외로운 사람이구나...

몸은 깼으나 마음이 아직 취해 있는 듯 하다.

꼴에 홍익인간의 후예라고 한잔 술에 붉게 물들어 활활 타오르는 꼴이라니... 쯧쯧..
혼자말을 내뱉고 시가잭을 꾹 눌러 전기를 넣는다.
차안의 온기가 더해지면서 창을 열고 딸칵 튀어 나온 시가잭을 뽑아 담배에 불을 붙인다.
후... 입김인지 담배연기인지 구분이 안될 연기가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푸르스름하게 변하며 사라진다.

왠지 이야기를 더 해야 할 것 같다.
왠지 사람의 체온이 가까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왠지라고 서두를 붙이는 것은 이것이 외로움이나 고독의 형태를 띄기전의
보다 크고 깊은 마음이라 그런것. 나는 자신에게 어이없음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준다.

핸들을 크게 돌려 차를 움직인다.
도로로 나서니 차창을 지나 들어오는 바람이 제법 시원하다.
이대로 길게 드라이브를 갈까..
나트륨등 외로운 불빛 가득한 도시 외곽에서 사진을 찍을까...

수만가지 상념을 꼬리에 가득 달고 차의 속도를 높인다.
그래봐야 떨어지지 않을 상념인데도 불구하고.

그리 길지 않은 귀가길을 길게 길게 걸려 도착하고
주차할 곳 없는 골목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남의 자리에 떡하니 세우고는
뒷통수가 근지러운 기분을 하나 더해서 집으로 들어온다.

적당히 차가운 집안의 공기.
이제 샤워를 하자...

곧.. 다시 하루가 시작 될게야...
속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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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소리가 마치 산 넘어 꽝. 꽝. 울려대는 대포 소리처럼
묵직하게 하늘을 울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창밖을 내다 보았다.

어제 밤은 공기가 너무나도 청명하고 시려 눈물이 날 것 같더니
이 새벽은 왠지 두려움과 외로움에 소름이 돋게 만드는구나.

샤워를 끝내고 아무도 없는 빈집 빈방에 이불을 깔고
알몸으로 기어 들어가 애벌레 마냥 몸을 잔뜩 움츠리고 누워본다.

차가운 이불의 감촉과 무거운 몸은 마치
처음 술에 취한 그날의 내 방 내 침대 같이
아래로 아래로 빠른 속도로 가라 앉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방에서
아무 이유 없이 흠칫 놀라 이불을 어깨 위로 머리 위로 끌어 올려 덮는다.

곧 해가 뜨리라.
곧 아침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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