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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부터 써 내려갈 이 글은...
약 9, 10년전쯤 광고판에 있었을 당시에 제가 좋아하던 한 선배가
모 CUG에 올렸던 글 입니다.

그 선배가 이 글을 올리면서 문두에 썼던 말은
지금 제가 문두에 쓰는 말과 같이
'다른 선배가 적은 글을 옮겨 봅니다.' 였습니다.
물론 여기서 글 이란 아마 모 작가의 책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만... 여튼...

전 이 글을 옮겨와서 제법 오래전에 다른 곳에 쓴 바가 있는 걸로 기억 합니다.
요즘 들어 생각이 드는 바가 많아 꽤 긴 이글을 다시 한번 옮겨와 봅니다.
------------------------------------------------------------------------

라고 쓴 글을 다시 또 옮겨 쓴다.

--------------------------------------------------------------------

많은 젊은 남녀를 본다. 내가 20대의 젊음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모든 것이 길이라는 사실이다.  이쪽이냐, 저쪽이냐가 사실 상관이 없다.
어느 쪽이든 가기만 하면 길이고 도로가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기보다는 내 앞에 온 사람,
우연히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사랑'에 눈이 멀어 '사람을 사랑하는'때가 바로 그 시기이다.

하지만 30대를 넘기면 사정은 달라진다.  나는 지금 아주 안타까운 것이 있다.
아주 멋진 남자가 나타났을 때, 근사한 이성을 만났을 때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 그냥 스쳐가자. 먼데서 구경하고 그냥 보내자.'하는
아주 서글프고 쓸쓸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사람을 잊는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내 혹독한 20대 탓일 것이다.
겪을 것을 충분히 겪었기 때문에 나는 30대가 되어 '사람도 사랑도 언젠가는 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겨우 받아들이게 되었다. (중략)

20대의 사랑과 시련의 정체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잃어버리고 하는 것들이
철저하게 자기 자신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 사람을 두고두고 못잊기보다는 사랑을 잃어버린 자신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보살핌이 바로 그 과정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울면서 매달리고 미친 듯이 술에 취해보고
아무 죄없는 친구에게 밤새 전화해서 수십 차례에 걸쳐 그 지겨운 연애사를
무용담처럼 읊어대는 이 모든 것이 철저한 자기애에서 나오는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 진정한 사랑은 오로지 자기애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조차도 그것은 철저한 자기애에서 출발한다.
사랑하는 대상이,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남자를 사랑하고 그 남자를 아쉬워하고
도저히 잊지 못하는 이 모든 것은 자기에 대한 욕구에 반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20대의 사랑, 그 가운데에서 실연이라는 과정만큼 철저하게
'자기찾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셀레임만을 경험한다면
나의 반쪽만을 발견하는 것이다.
사랑의 쓰라림을 겪고 처절한 몸부림을 치면서 비로소
나의 나머지 반쪽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나'를 찾는 일은 먼저 '인간'과의 관계, 이성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그 관계만큼 나를 객관화시키는 일은 없다.
연애의 시작이 철저한 두 남녀의 주관적인 관계라면
실연은 이제 철저하게 그 관계를 객관화시키는 것이다.

먼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 실패한 사랑에 대한 검증작업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그 남자와 만났던 찻집에 가 그 남자가 좋아했던 커피를 마셔보고,
함께 갔던 카페에 가 독특한 방법으로 나눠 마셨던 한잔의 술도
혼자서 마셔볼 일이다. <아비정전>의 그 여자처럼 닥친 상황에
눈을 똑바로 뜨고 정면충돌할 일이다.  그래서 추억과 싸우고 마침내
이겨낼 일이다.  그러면서 20대의 사랑이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와 같이 아무런 예고 없이 온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 여주인공처럼 그 남자의 새 여자가 '나 때문에 그가
당신을 버렸다'고 뽐낼 때 '나는 당신보다 더 먼저 그를 잊었다'고
차분히 말해줄 일이다.

사랑을 하는 일은 우연이고, 찾아오면 받아들이면 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사랑의 상처를 극복하는 것, 사랑을 잊는 것은 능력이다.
마치 인생에서 우리를 두고두고 괴롭힐 사랑이라는 독감에 대해
예방주사를 맞는 일과 같다.
사랑에 몸을 던지고 그 사랑에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지니는 것,
이 과정이야말로 20대에 자기 정체성, 나를 알아보고 나를 분석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그 처절한 정체성과의 싸움 끝에 나는 30대에 사랑도 사람도
판단을 해서 선택을내려야 한다고 내 자신을 교육시킨다.
그러면서도 한구석에서는 아직 똬리를 틀고 있는 나의 20대는 이렇게 속삭인다.

'그냥 지나치다니, 너무 아깝지 않니?  알고 싶지 않아?  어떤 사람인지... 그 실체가 무엇인지...
자, 말을 걸고 이야기를 해보는 거야.  도대체 어떤지
저 길 끝까지 가보는 거야.  아깝잖아!  너무 아깝잖아!'

지금은 엄청나게 쌓인 일더미에서 그 유혹에 고개를 젓지만 도대체 누가 알랴.

어느 날 갑자기 탁 뒤돌아서서 20대의 사랑에 눈을 똑바로 보며 말을 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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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PAPER의 기자이며 만화작가인 김영수가
이번달 부터 NAVER에 웹툰을 연재한다.

'카툰 환타지' 를 연재하고 '만화 한자 교과서' 등을 출판한 그는
이번달부터 네이버에서 < 김양수의 카툰 판타지 생활의 참견 >을 시작하는데
우리와 주변에서 듣고 봄직한 생활속의 소소하고 위트 있는 포인트를 찾아내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던 그의 만화를  웹에서 다시 볼 수 있음에
환영 인사를 보낸다.

http://comicmall.naver.com/webtoon.nhn?m=list&contentId=25613

로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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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면 시키는대로 열심히 해 준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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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에서 생각나는데로 씁니다. 오탈자라던가 문맥의 이상함은 부디 용서를;;;

영화 개봉 전에 예고편을 커피빈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다가
우연히 티비에서 보게 되었다.
처음부터도 아니고 카메라가 하늘에서 수직으로 아래를 비추고
직각으로 이루어진 빌딩들 사이를 자동차 한대가 달리는 장면
그리고 윌 스미스의 등장은 무언가 머리속을 휙 지나가며
저 영화 리메이크일거야! 라고 외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다가 본격적으로 영화 광고가 시작 되면서
다시금 접하게 된 < I am Legend >는 분명히 내가 아주 어릴 적에 본
거의 흑백같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영화들의 리메이크임이 분명하다는
증거들이 점점 확실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왠지 반가운 마음에 영화 정보를 찾아 보고 영화를 보았다.

< I am Legend >의 전제는 암 치료를 위해 개발된 백신이
변이를 일으켜 사람들을 좀비화 시키고,
유일하게 인간으로서 살아 남은 로버트 네빌 대령(윌 스미스)이 밤에는 숨어 있고
낮에는 백신 개발을 위해 그리고 자기와 같이 면역체계를 가지고
어딘가 살아 있을지도 모를 다른 인류를 찾아 모으기 위해
끊임없이 단파 라디오를 통해 방송을 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 간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떤 영화 평론가가 말한
"거의 대사가 없는 윌 스미스의 연기는..." 이라는 부분을 읽고
아 이거 잘못하면 지루하겠다 싶은 생각에 보지 말까 싶기도 했지만
생각을 고쳐 정작 영화를 보니 왠걸.. 정말 말 많다.
코믹적인 요소만 더 했더라면 슈렉에 나오는 동키 수준도 넘보겠더라.
(아 그러고 보니 영화 중에 애니메이션 슈렉도 나온다...;;)

영화 중에 로버트 네빌은 정말 틈만 나면 말을 한다.
자신이 데리고 있는 공기에 대해서는 면역을 가지고 있는 샘(K9 쉐퍼트)이라는 개와
여기저기 있는 마네킹들과 하루 하루 반복되어 지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그는 외로움과 공포를 이겨냐기 위해 스스로가 설정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과거 원작인 소설로부터 시작 되어
두번이나 새로 만들어진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것들이 많이 발견 되어지는데
화질이나 음악 등의 기술적인 면은 말할 것도 없고
시대적 배경과 캐릭터들이 가진 각각의 요소들이 시대적 요구조건에 맞게 개발(?)되어졌고
더불어 스토리 자체에서 깔린 복선과 아이템도 나쁘지 않다.

아쉬운 것이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전제되어진 내용의 부족
다른 하나는 영화 자체와 스토리의 포커스다.

로버트 네빌 대령이 군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다가 사고가 나서
현재의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와 바이러스의 변이 증상에 대해서 설명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
(미루어 짐작 하거나 상상의 나래를 펴기 위해서 제공해 주는 소스가 부족하다는 말)

그리고 영화의 방향성이 모호하다.
한명의 (어떤 형태로든)완전한 영웅을 탄생시킨 것도 아니고
위대한 인류애가 가동된 것도 아니어서 카타르시스가 올라가다가
중간에 미끄러지는 일이 생긴다.

윌스미스가 고독이라던가 두려움과 외로움 등의 내면의 연기를 좀 더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혹은 좀비들이 좀 더 막강하여 완전한 액션으로 이루어졌더라면? (에이 이건 좀 아니군;;)

차라리 예전의 원작이나 이전 영화 속 내용 같이 (뱀파이어가 아닌)흡혈귀가 되었건
변이에 의해 빛속에 살 수가 없어서 태양을 두려워 하는 신인류가 되었건
그들과 원래의 인류로서 그 최후의 생존자로서 로버트 네빌과의
생존에 연결 된 싸움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포커스가 맞추어졌더라면?
영화 중에 이른바 좀비들이 어느정도 지능을 가지고 있음도 보여 주었으니
좀더 깊은 구조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실제로 원작과 리메이크 된 영화 The Last man on earth<지상(구?)최후의 사나이> Omega Man<오메가맨>의 경우
(자칭)신인류들과 주인공 간에 발생하는 대화와
그들이 서로를 찾아 죽이려고 하는 과정에서 삶에 대한 갈등 구조도 보여준다.

소설 속 마지막대사 " I am Legend. " 에서 따온 이 영화의 제목은
소설 속에서의 조금은 어설픈 듯한 부분인 주인공이 자신을 전설이라고 말하는 것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 자연스럽게 맞추어서 만들어 주고 있다.

충분히 가능성 넘치는 이유와 개연성 있는 스토리를 구성하고
좋은 색감과 심플한 구성을 통해 원작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말이지만
나쁘지 않은 깔끔한 영화 한편을 볼 수 있음에는 이견이 없지만

과거의 원작들과 비교하면 아쉬운 점이 참 많은 아니 큰 영화.
< I am Legend > 나는 전설이다.를 보았다.

아이고........ 뭔 말을 이리도 길게 썼;;;; 흠... 속편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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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준형이 작년에 선물한 책 한권.
아 그냥 짜집기인가? 라고 생각했다가 두어번쯤 읽어보게 된 책.
유럽과 서구에서 위트가 담긴 이야기를
섹션별로 나누어서 담아내었다.

상당히 재미있다.

------아래---
한 노부부가 고속도로에서 시속 81킬로미터로 차를 달리고 있었다.
고속도로 순찰대 소속 경찰이 노부부의 차를 세웠다.

할아버지 "경찰양반, 우리가 너무 빨리 달렸습니까?"
교통경찰 " 아닙니다. 그 반대입니다. 이렇게 느리게 달리시면 안 됩니다."
할아버지 "그럼 더 빨리 달려도 됩니까?"
교통경찰 " 할아버지, 이 고속도로는 시속 100킬로미터 정도는 달리셔야 다른 차들에게 방해가 안되니까
              좀 더 빨리 달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 "하지만 저기 표지판에 A81이라고 적혀 있지 않소?"
교통경찰 " 무슨 말씀이신지?"
할아버지 "그러니까 저게, 이 도로에서는 시속 81킬로미터로 달려야 한다는 뜻 아니오?"
교통경찰 "할아버지, 저 표시는 속도제한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요. 이 고속도로의 번호를 적어놓은 겁니다."
할아버지 "아라, 그런거였구먼, 난 또 저게 속도제한 표시인줄로만 알았지 뭐요. 아무튼 알려줘서 고맙소."

교통경찰이 할아버지와 말을 마치고, 차 안을 들여다보는데
뒷 좌석에 앉아 있는 할머니가 사색이 된 채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걱정이 된 교통경찰이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안색이 좋지 않으신데 혹시 어디 편찮으신데라도 있는 건가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그럴만도 하지, 방금 B 252라고 적혀 있는 고속도로를 빠져 나왔거든."

-위트 상식사전 Special 中에서-

저자 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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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
어이...
누군가 뒤에서 불렀다.
가슴을 움켜진 손에 힘이 들어 갔다.
힘들게 뒤돌아 보았지만 답답한 시선만 가득 깔려 있다.
다시 돌아서 걷기 시작한 그의 등 뒤로
다시 낮은 목소리가 깔렸다.
어이... 그 쪽이 아냐.
그는 점점 걸음을 빨리 했다.
아냐 그럴리 없어. 그자가 날 다시 찾아 왔을리 없어. 난 이제 볼 수도 없는 걸.
그는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다.
눈 앞이 뿌옇게 변하는 것 만 같았다.
땅이 마치 매트리스 라도 깔아 둔 것 마냥 울렁이는 것만 같았다.
주위 사람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듣지 못했다.
그는 대로로 뛰어 나갔고 마침 공사 중이던
맨홀 구멍에 발이 걸려 몸을 크게 휘청였다.
그는 넘어 졌고 넘어진 자리엔 공사 중이던 가스 용접기가 켜져 있었다.
윤곽이 다 사라질 정도로 타버린 그는 아직 숨이 가늘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모여든 사람들 사이로 그가 미소를 지으며 사라 지는 것을 보며
서서히 죽어 갔다.

-한시간전-

그는 역사 박물관에 온 것이 애초에 잘못이라고
혼자 자책 하고 있었다.
사형 집행 재현장에 왔을 때 부터 그는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 했고
빈혈일까... 어지러움 마저 느끼기 시작 한 것이다.
동행한 이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빠
그의 상태를 돌아볼 겨를이 없는 듯 했다.
그는 나가기로 결심을 했다.
그러나 하필이면 그가 나가야 하는 길 목에는
시구문이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찬바람을 내뿜는 그 곳.
그곳을 지난다는 것은 그에겐 곤욕이며 공포 였다.
끝은 분명히 있을진데 그 거리도 깊이도 가늠 할 수 없는
깜깜한 어두움이 그를 더욱 공포의 상상 속으로 끌고 들어 갔다.
몸은 문 밖에 있지만 영혼은 벌써 그 안을 들어서서
등 뒤의 빛을 느끼며 뒤돌아 보지도 못하고
질질... 끌려 들어 가는 느낌인 것이다.
그는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떠 올랐다.
완전히 잊어 버리고 있었던 기억.
조각조각 이어져 다 알 수는 없지만
뭔가 잔뜩 무서웠던 기억.

어느 여름밤 동네 신작로에서 울리던 개 울음 소리와
2층 창 밖으로 휙 지나가던 그림자.
늦은 시각 귀가 길 대문을 여는 동안 현관문 앞에 서 있던 노인.
개구멍을 통해 도망 가던.... 개구멍? 무슨 개구멍?
그는 시구문 앞에 이미 한발을 걸치고 있었고
그 컴컴하고 축축한 구멍에서 어릴 적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개구멍을 통해 도망 나가다가 구멍 밖에서 지키고 있다가
내미는 목에 줄을 걸어 낄낄낄 웃던 그자의 허연 뻐드렁니.
아.. 맞아..그랬지...
그 자는 앞서 나가던 형의 목에 밧줄을 걸어 미친 듯이 달려버렸던 것 이다.
살려 달라고 자신의 이름을 마구 부르짖던 형을 외면한 채
그는 담 안 쪽에 웅크리고 앉아 와들와들 떨며 울고 있었다.
그 자는 결국 동네 사람들에게 잡혔고
그 때만 해도 법과 불문법이 동시에 존재 했던 터라
순사들에겐 알려 지지 않고 동네 개 잡는 나무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리고 몰래 동네 밖 화장터에 버리기로 했는데
그 자의 덩치가 너무 커서 그냥 밖으로 나가다가는 들킬 것만 같아서
동네 사람들은 동네 바깥쪽 옛 성터에 있는 시구문으로 나가서 화장터 까지 가기로 했다.
화장터를 다녀온 어른들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밤에 어른들이 막걸리 한잔 중에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그 자가 시구문을 나가는 동안 벌떡 일어 났다는 것 이다.
거짓말 일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건 그 자가 그렇게 외쳤다는 것 이다.
이제 이 길은 내꺼다! 그리고 그 놈도 언젠가는 언젠가는!!! 내가 데려 갈 거다!

그는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기억이 나 버린 것이다.
그는 시구문 안쪽에서 누군가 손짓 하는 것을 본 듯 했다.
아냐... 피곤해서 그렇겠지. 어제 술이 과했던 거야.
그리곤 몸을 돌렸다.
몇발 가지 않아서 그는 등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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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행복해 지려고 하기 때문이다.

고통을 이기려는 노력
행복해지려는 노력
그런것들을 통해 사람은 행복해 질 수 있다.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존재라서 축복받은 것이 아닐까...


사람은 말이 통한다고 해서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관심한 말이 통하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서 괴로울 때가 더 많다.

-십이국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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