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호른.

독일의 대표적인 포스트 모더니즘 여성작가인 설치미술가 레베카 호른(63)이 로댕 갤러리에서 5 18일부터 8 19일까지 전시회를 가진다. 70년대부터 퍼포먼스, 설치, 조각, 영화, 문학 등 다양한 형식을 작업에 도입해 온 그녀는 특별히 제작한 의상과 도구들을 사용하여 신체의 속박이나 변형을 시도하거나 깃털을 이용하여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 해 왔다. 갤러리 입구의 <큰 깃털 바퀴>는 깃털에 금속 장치와 모터를 달아 날개가 접히고 펴지는 반복적인 동작을 통해 사회 안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과의 교류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고 있다. 또 다른 깃털 작품인 홍학의 깃털로 만든 <공기>라는 작품은 한 쌍의 날개가 서로를 탐닉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호른의 초기의 작업 형태의 파격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느낌이 달라 이색적이었다. 구리 파이프로 뱀이 연못가에서 물을 마시는 듯한 모습을 모터장치와 빔 프로젝트로 표현한 <씨네마 베리테>는 차분하게 가라 앉은 새벽의 느낌을 자아내는데 좀 더 안으로 들어서면 호른의 작품 세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영화 세편을 만날 수 있다. <데어 아인텐저> <라 페르디난다> <버스터의 침실>은 모두 호른이 각본을 쓰고 제작한 영화로 제한된 공간에서 여러 오브제를 사용한 배우들이 기묘한 영상과 스토리를 다양한 상징과 은유를 담아 이야기를 풀어내는 극 영화 형태를 띄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주목할만한 작품이 <버스터의 침실>에서 등장했던 4만 미터의 필름과 석탄과 온도계, 망원경, 구두 그리고 구리로 만들어 전기가 흐르는 두 마리의 뱀으로 구성한 <시간은 흐른다> 라는 작품이다. 그녀가 무성영화 시대의 버스터 키튼이란 배우에 대해 가진 경외감을 표현을 한 작품인데 작품 공간의 중앙에 서면 대중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처절하게 발가벗겨지는 배우의 느낌을 받는 건 나만의 상상일까? 전시장을 돌아 나오는 길에 모 대학에서 교수님 한 분이 다수의 학생들과 지옥의 문 앞에서 뭔가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이야기 중에 로댕의 지옥의 문과 레베카 호른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찾아 보도록 하자.’라는 것을 들었다. 당장에는 연관짓기 어려운 주제를 던져 주는구나 싶었지만 작품을 다시 한번 돌아 보며 느낀 것이 갤러리의 홀에는 로댕의 지옥의 문과 깔레의 시민상이 늘 서 있는데 전통적인 조각 예술이 그 자체가 독립적으로 작가의 의도를 표현해 왔다면 현대에는 작품이 구성되어지는 공간 조차도 하나의 작품으로 융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레베카 호른 전의 마지막 전시물인 <청색 페인팅 기계>가 그 예라 볼 수 있는데 기계를 상단에 설치하여 일정한 동작에 의해 버드나무나 분수 같기도 한 그림을 거대한 벽면에 그려 갤러리의 공간과 기계적 기술과 작가의 예술성이 공유 되어 그 공간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로 구성된 것이다. 어쩌면 전시 작품이 조금 난해한 부분이 많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퍼포먼스를 찍은 사진에 다시 페인팅을 한 작품의 이름이 <더블린>인데 제목과 작품의 상호 유기성에 대해 꼼꼼히 살펴 봐도 상당히 난해하여 도슨트의 설명이나 다른 자료가 없었다면 이해하기가 상당히 곤란했을 것이다. 영화의 시간이나 작품의 재 구동 시간 등이 제법 길게 설정이 되어 있으므로 작가의 말을 빌어 인내심을 가지고작품 감상을 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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