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버리고 간 빨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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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한 바람을 껴안고 방에 들어오니
차에 여지없이 두고 온 물건들이 떠올랐다.
매번 잊어 버리고 손잡이에 걸쳐 놓은 채 오는 블루투스 이어폰과 담배.
오늘은 거기다 PDA까지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닫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슬리퍼만 직직 끌고 계단을 내려가
아직 히터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차 문을 열고
주섬 주섬 물건들을 챙긴다.
몇개 되지도 않는 크고 작은 물건들은
언제나 한손에 다 잡히지 않고
주머니에 넣을지 손가락에 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런 고민을 하는 자신이 잠시 한심해짐을 느낀다.

차 문을 닫기 전에 버릴 건 없는지 잠깐 살피고
시트를 바로 한다음 문을 닫고 리모콘을 눌러 문을 잠근다.

기왕 나온김에 담배 하나를 빼물고 불을 붙여
차가운 공기와 함께 폐부 깊숙히 연기를 끌어 들이다
문득 자정쯤 보았던 눈부시게 밝았던 달이 보고싶어 하늘을 올려다 보니
달은 보이지 않고 빌라 지붕 뒤로 밝은 빛이 스며나와 그 쯤에 있음을 알려주어
굳이 발걸음을 옮겨 보기엔 왠지 귀찮아 멍하니 하늘을 보다가
문득 오리온 별자리를 발견했다.

어느새 겨울.

누나에게 북두칠성보다 먼저 배운 겨울을 알려준다는 별자리인 오리온 별자리는
시기를 알려준다는 점과 누나와의 추억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 어떤 별자리 보다 소중한 별자리가 되었고 지금도 나의 겨울을 가늠하는 방법은
오리온 별자리가 그 기준.이다.

어제 그제 비가 내리고 바로 찾아들은 차가운 공기가
씻겨진 하늘을 그대로 얼려버린 것일까
서울의 밤 하늘에 여간해선 보기 힘든 오리온 별자리를 비롯해서
짐작은 못하겠으나 제법 많은 별들이 검정에 가까운 진청색 밤 하늘에
총총 박혀 제법 이쁜 형상을 보여준다.

전화기를 꺼내 달빛이 눈 부시다는 것을 느껴 본 적이 있느냐고
서울 도심 하늘에 간만에 아름다운 반짝이가 가득하다고
톡톡 톡톡 두들기다 수신인이 없음을 이내 깨닫고는
싱거운 웃음과 함께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겨울이다.

옷깃을 여미고 마음을 여미어
자칫 풀려버릴지도 모를 마음의 매듭을
차가운 공기와 우연한 마음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자칫 추위에 힘들어간 어깨가 부서지지 않게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게 되는 겨울.

조금만 힘을 빼고 세상을 바라보자.

조금만 더 따스한 세상을 만나도록 하자.

담담하게 그리고 포근한 세상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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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플라워라고 이름지은 2,30g 정도의 작은 비누 패키지입니다.
이쁘죠? ^^;; (라고 쓰면서도 낯 간지럽;; 쿨럭;; )
녹두 녹차 숯 등의 다양한 느낌과 효과를 조금씩 맛(드시란 말씀이 아니고;; )을 보고
더 큰걸 구매 하시라는 참 어설픈 유도 작전입니다만..
여튼 결국 천연 재료를 사용한 수제 비누  판매를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신 센님께서 자신의 캐릭터도 제공해 주셔서
설명 문구에 넘넘 귀여운 아가씨가 자리를 잡아 얼마나 즐거운지요.. 으하하하;;;

판매하는 비누는 기본에 충실한 사각형 비누와 캐릭터 비누 그리고 미니플라워 패키지로서
성분은 숯, 녹두, 쑥, 녹차, 어성초, 백련초, 진주, 율피, 진피, 보리 이상 열가지입니다.

성분제조사와 제작자 DAYBREAK의 보증을 포함 상당히 예민한 피부를 가진 제가 일일이 다 써보고 나서 판매를 하는 것이니
특이 체질이나 그때 그때의 몸 상태가 충돌 되지 않는 이상 별 걱정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자 구경 오세요. http://www.byuniq.com

예쁘고 귀여운 천연 재료를 사용한 핸드메이드 비누의 세계에!

행복한 하루 가지세요.


몇일 전 삼청동에서 희한한 일 (http://wishell.tistory.com/506 )을 겪은 다음 날 밤
난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다시 삼청동을 갔다.

그러나 일요일의 늦은 시간은 재즈바 라고 해도 일찍 닫는 날.
결국 잠긴 바깥 입구 앞에서 발을 돌려야 했고
거기까지 간 정성이 안타까워 곧 있을 전시회를 위해
북촌 야간 스케치를 다니기로 했다.

스케치를 하러 다니다 보니 가 보고 싶은 곳이 자꾸만 생겨서
점점 그 범위가 넓어지고 결국 엉뚱한 장소에까지 이르렀는데
너무나도 익숙한 곳에 차를 세우고는 담배 하나 빼 물고 삼각대 짊어지고 돌아 다니며
기억 가득한 골목 하나 하나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다 문득 옆에서 들려 오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저어-' 하는 남자의 목소리.
무얼 찍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냥 골목 풍경을 찍는다고 하니
자기가 애인이랑 200일인데 정말 죄송하지만 곧 나올테니 같이 사진 한장 찍어 주실 수 없겠느냐고
조심조심 물어 보는 어린 친구의 얼굴 뒤로 그제서야 반쯤 불 붙어 있는 티 캔들들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귀엽기도 하고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흔쾌히 그러겠노라 하고는
어린 친구랑 함께 삐뚤 빼뚤한 하트 모양의 배열을 손 봐가며 남은 티 캔들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 이 친구는 씻고 있다는 애인에게 계속 전화를 하는데 전화를 안받는지
무척 초조해 한다. 좀 많이 초조해 하길래 연유를 물으니
200일이라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싸우고 헤어져 집에 들어가버렸단다.

이벤트는 준비해 뒀는데 싸우는 바람에 토라져서 안나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나보다.
하긴 타이밍 잘못 맞춰서 티 캔들 하나 꺼져 있기만 해도 얼마나 어설퍼질까...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연씬 미안하다는 말에 전혀 신경 쓰지 말라고
최선을 다해 돕겠노라!! 고 다짐을 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노라니 이벤트를 위해 이벤트 카페 같은 것도 봤는데 십수만원 하는 금액이라고 해서
그 돈이면 더 맛있는 거 사 먹고 같이 놀겠다 싶어
고민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준비를 했다고 한다.

게다가 곧 군대를 간다고... 조금 더 소중한 기억을 함께 가지고 싶었다고 하는 어린 남자의 모습은.. 참 멋있었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어느새 티캔들 몇개는 다 녹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젠 이 어린 친구뿐만이 아니라
나 역시도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같은 장소에 스며있는 과거의 기억들에 새로운 모습이 겹쳐지는 것을 보면서
왠지 모를 감동같은 것도 동시에 느꼈다.





급기야 어린 친구의 휴대전화 배터리가 끝나고 내 전화마저 빌려 몇차례 전화를 거는가 싶더니
드디어 드디어 애인이 나왔다.

뜬금없이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걸은 자기 애인과 그 옆에 서 있는 전혀 알지 못하는 남자.
그 애인은 얼마나 어색하고 민망했을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근데 누구세요? 라고 묻는데
아아;; 대체 누구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지나가던 행인1 입니다. 그럴 수도 없고 하.하.하;;;

그러나 남자친구가 사진 찍는 분인데 좋은 분이야. 라고 설명을 해 준다.
과연 내가 좋은 분일지는 모르겠으나...

이 둘의 모습은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는 와중에 어린 남자가 애인에게 한마디 짧게 그러나 부드럽게 말 하는 걸 들었다.

'사랑해...' 눈을 들어 앞을 보니 어느새 꼬옥 껴안고 있는 둘.

마음이 짠해져 온다..............


드디어 커플 사진.



- 을 올리고 싶었으나 초상권 때문에 포스팅 해도 되는지 물어 보지를 못해서 일단은 보류! 죄송합니다. ^^;;; -




언제 싸웠냐는 듯 언제 초조 했댜는 듯 조금씩 밝아지는 둘의 표정을 보면서
자꾸만 손이 떨려왔다.

아아 젊구나... 아아 참 예쁘구나...
이런 열정이라니...

21살의 남자와 20살의 여자.
이 둘을 뒤로 하고 차에 시동을 걸어 잠시 앉아 있었다.




우리는 분명 크거나 작거나 하나의 공간을 살아 가고 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데 앞선 시간을 살아온 나의 공간에
뒤의 시간을 살아가는 그들의 공간은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공간이기도 하다.

그것은 시간에 의해 좌우되며
기억에 의해 갈라진다.

내 앞선 기억들이 골목 모퉁이 모퉁이 마다 슬픈 표정으로
빼꼼히 고개를 들고 쳐다 보는 모습이 보인다.

이 둘의 예쁜 기억들의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짐을 들으면서...

살짝 눈물 닦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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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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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는 흥미가 많아도 해는 별 흥미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이상하리만치 기다려져서
꼬박 밤을 샜건만 잠도 안자고 기다려 몇장 찍어 보았습니다.
(네 사실은 수십장 찍고 몇장 골라 올립니다 ㅡ.,ㅡ;; )



이제 시작입니다. 70미리로 맞춰놓고
ND8이랑 CPL을 겹쳤습니다.



CPL을 빙글 빙글 돌려대니 색도 빙글빙글
잠도 못 잔 내 머리도 빙글 빙글
결국 렌즈 필터 보다 더 성능이 좋은
제 선그라스를 꺼내와서 그 위에 또 크로스로 겹쳤습니다.
만은... 렌즈가 대구경이라 효과가 안나서
그냥 제 눈만 보호 하기로 했습니다. ㅋ


오전 열시 반으로 시계는 가고 있고
해는 벌써 절반 정도를 잠식 당했습니다.

결국 렌즈를 300미리로 바꾸고 필터를 왼손에 들었습니다.

이미 세상은 밝은 회색으로 변하고
바람이 살짝 서늘해 지는 것이
온도가 내려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겠더군요.






61년만의 개기일식. 집 앞에서 그냥 대충 서서 찍었지만..;;
(그렇다고 성의 없이 라는 뜻은 아닙니다 ㅡ.ㅡ,;;)

참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다음에는 기필코 유성우에 도전하여 성공을!!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러 가다 우연히 들른 곳.
경주의 경주의... 그... 그러니까.. 그... 안압지 근처.. 그.. 엄.. 패스;;
여튼..
참 신기하고 놀랍고 재미있고 감동이기도 한 광경을 보았다.



주차광장을 가득 메운 하얀 꽃가루.
하늘에서는 새하얀 눈이 나풀 나풀 날리고
땅에는 내린 눈이 바람을 따라 이리로 쪼르르르르 저리로 쪼르르르르 좇아 다닌다.



하늘에서 내리는 모양은 이팝나무 꽃씨 같기도 하고
바닥에 모여 있는 모양은 민들레 꽃씨 같기도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소나무 꽃씨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30도 가까운 5월의 오전.
부모님과 나는 하얀색 눈이 내리는 광경을
그 눈이 내려 땅에서 요란하게 잡기놀이 하는 것을
마음껏 신기해 하고 즐거워하며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화단에 모퉁이에 모여 뭉쳐진 녀석들을 찰칵.

식사와 커피도 한잔 마신 후 다시 그 앞을 지나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흔적도 없이 다 사라졌더라...

왠지 환상의 세계를 잠시 넘어갔다온 듯한
묘한 기분을 느꼈다...


지상에는 비가 내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차가워진 공기에 안개와 구름이 얼싸안고 지상을 덮는 사이를
마치 스며들듯 지나 오르고 있었다.

그 먹먹하고 거대한 침묵의 장막과 동화되어 가고 있다고 착각을 마악 시작할 즈음
문득 지상을 향한 그 틈새를 본다.

암전과 반전을 번목하며 비행하는 여정의 쉼표.

그리고..
이윽고 세상은 여명의 황금빛에 젖어 황홀해진 나신을 드러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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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제주도는 내가 그간 보아왔던 섬과는 다른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뭐랄까 오만함이랄까 혹은 자존심이랄까 여튼 누군가가 말을 했듯이
백두산의 천지같이 욕할 수 없는 고귀함과는 다른 푸근함을 가진 백록담에 대한 이야기 같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팔을 벌리고는 있지만 그 등뒤로는 무엇이 놓여 있는지는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누구에게나 잘해주지만 정작 마음은 꾹 닫고 있는 아가씨 같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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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숲 길 -
정말 저 삼나무 숲길은 차로 갈 것이 아니라 사람이 타박 타박 걸어야만 하는 길이다.
약간은 좁은듯한 길을 차로 달리면 삼나무 숲 중간 중간의 숲향도
그 숲속에서 사박 사박 걸어오는 귓속말도 그냥 지나쳐서
그저 하나의 풍경으로밖에는 의미가 남지 않기 때문에라고 말하면 너무 심한 과장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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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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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인가? 혹 틀렸다면 추후 수정;;;)송악산 자락을 너머 다시 마주한 바다와 그 바다를 얼싸안고 있는 하늘.
저기 아래에 보이는 배는 하멜의 배를 전시해 둔 것이라고 한다.
그 뒤에서 묶여 있는 타 보기위한 말은 좀 아이러니 하기도 하지만 이 풍경은 다시한번
사람의 마음을 쥐어 흔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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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로 넘어가다가 우연히 만난 밭 길.
확실히 재미있는 것은 제주도에서는 지평선을 만나기가 무척 쉽다는 것이다.
땅이 넓어 어딜 둘러 보아도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지평선이 펼쳐지는 중국과는 달리
제주도는 그에 비해 상당히 작은 땅인데도 지평선을 쉽게 만난다.
물론 그 이유에는 도시개발이나 관광계획등이 얽혀 있겠지만 그런 이야길 하고 싶은게 아니라
난 너무나도 반갑다는 사실이다. 지평선이 마치 끝인 것 같아 되려 답답해지기도 하지만
어저다 저기에 무지개라도 걸쳐질량이면.. 아.. 그 얼마나 환상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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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 위 사진은 가로 900입니다.

제주도에서 좀 다녔네 하는 친구들에게 물으니 의외로 차귀도를 잘 모른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일몰의 핀포인트라고도 하던데
차귀도가 보이는 방파제에 걸터 앉아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내가 이대로 몸을 기울여 저 시커먼 심연 속으로 빠져버린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뫼비우스의 띠를 무색하게 만들정도로
맹렬하게 서론과 본론을 반복하며 돌고 돌았다.
가로로 끊임없이 펼쳐진 저 일직선상.
과거에는 저기가 세상의 끝이었고
현재에는 저기가 세상의 시작인데
나는 끝과 시작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공간 안에서 무엇으로 남는 존재가 될 것인가..
살짝..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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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국제공항-
그래도 공항인데.. 사진 한장은 찍어둬야지.
밤 비행기를 티켓팅 하고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담배를 빼물고
습한 공기 속에서 길게 연기를 토해내면서
내가 이곳에 남겨 둘 것은 무엇인지 감상에 젖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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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해도 좋다는 방송을 듣고 나서 찬물을 한컵 벌컥 벌컥 들이킨 후
촘촘하게 박혀 있는 대지의 별들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거미줄을 수십장 겹쳐 놓은 것 같은 빼곡하게 들어찬 색색의 별들은
누군가 하늘에서 보고 그려내기라도 한듯 여러가지 그림을 그려 내고 있었다.

이제 제주도의 짧은 여행은 끝나고 난 다시 도심으로 귀환했다.
금새 목이 따가워 오고 눈이 침침해져오는 걸 느끼면서
도시구나.. 라고 짧게 혼잣말을 내뱉은 다음 몇일간 조용히 잠 자고 있던 차에 시동을 걸었다.

다시.. 치열한 삶 속으로 입성하는 조금은 억울하고 조금은 안심되는 기분 속에
귓전에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약간은 짭잘하고 약간은 습하면서 고고한 자존심을 가진 바람섬의 목소리가...

이것으로 바람섬을 걸었던 짧고 수줍은 이야기를 마친다.

다음에는 작은 작은 단상을 적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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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나는 하늘을 좋아한다. 아니 미쳐있다 라고 표현해야 더 적절한 것 같기도 하다.
오죽하면 4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섬 제주도를 가면서도
아 제주도에서는 어떤 하늘을 볼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으니까.

첫날 오후를 그렇게 만들고 늦은 저녁을 맞이했다.
그렇다. 두번째 이야기는 앞의 첫번째 이야기의 저녁과 밤의 이야기다.

주상절리를 지나 차를 몰고 송악산으로 향했다.
시간을 계산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침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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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라는 감탄사 한글자로 대변할 수 있을까..
긴 문장 보다 오히려 지금의 이 순간은 짧은 단어가 훨씬 적당한 것 같다.
필자는 사람들에게 가끔 정말 멋진 노을을 아무때나 보려면 10월경 전라북도를 가야한다고 말을 하곤한다.
정말.. 그때의 서쪽하늘의 노을은.. 서울이나 대구에서 보는 그것과는 비교할 것 없이
화려하고 강렬하며 막강하다.

그런데 첫날 저녁에 맞닥뜨린 제주도 송악산에서의 노을은
화려하지도 강렬하지도 않았다.
그대신 농염하고 묵직했으며 걸쭉하다랄까..
여름바다의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황금색 땀을 뚝뚝 떨어트리며
내 몸을 몇겹이나 휘감고 애무를 하는 듯한 그 느낌이란
시선이 미치는 모든 거리와 공간만큼을 꽉채운 농밀한 숨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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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도 없고 표현조차 어려운 감정에 휩싸여 목책에 기대어 서서 연신 셔터만 눌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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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게 휘어감던 노을의 숨결이 서서히 옅어지고 이윽고 밤의 장막이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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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순간 후... 소리와 함께 숨통이 트였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마음이 간절했지만 거기서는 그래서는 안될것 같았다.
짧은 산길을 내려와 차에 가서 조금의 멈춤도 없이 담배를 빼물었다.
파리하게 부서지는 연기 사이로 아까의 노을이 다시 생각난다.

차를 돌려 숙소로 가기로 했는데
참 엉뚱하게도 바다도 아닌 시골길에서 정말 울컥하는 풍경을 만나게 된다.
자기 마음 내키는데로 이야기 하는 네비양과 의견 합의가 되지 않아
(사실 여행하는 내내 필자의 맵피가 매우 간절했을 정도다..)
길을 잘못들어 만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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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자락 어느 어귀에서 넘어가는 도로 중간, 조금만 나가면 바다가 보이는 곳인데
차를 길가에 급하게 세워버리고 말았다.
아랫배에 지긋이 힘이 들어가면서 콧날이 시큰해져 옴이 느껴진다.
문득.. 자살을 하려는 소녀가 황금색 노을에 온통 물들어 벼랑 끝에서서
역시나 황금색으로 물든 눈물을 펑펑 흘려내고 있는 모습이 생각났다.
아주 어릴 적 티비에서 본 그 드라마는 다른 그 어느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오직 그 장면 하나만 강렬하게 머리속에 각인이 되었는데
지금 이 순간 그 장면과 이 풍경이 겹쳐지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을 몸안 세포 하나하나를 통해 적나라하게 느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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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오른 도두봉.
도두항이 내려다 보이는 도두봉 언덕에는 어떤 가족과 연인들이 이미 올라 있었고
멀리 오징어잡이 어선들의 환한 불빛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쯤 그들은 사라졌다.
칠흙같은 바다에 자신만 환하게 불을 밝히고 떠 있는 기분이란 어떤걸까
물론 저 어부들은 생계를 위해 여린 감정을 가질 여유는 잘 없겠지만
그 사이사이에 그런 생각들이 이미 몸에 스며들어 있으리라..
그 적막함과 고독에 대한 확실한 표현인 불빛 하나 없는 배의 선미 선두 어디에서도
그 앞의 거리가 가늠되지 않을 그런 바다 위에 홀로 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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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숙소.
샤워를 하고 의자에 걸터 앉아 차게 해 둔 캔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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