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차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오래간만에 주변 친구들의 블로그며 미니홈피며 홈페이지등을 쭈욱 돌아 다녔습니다.
전화나 문자를 통하지 않은 나와는 다른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보고 듣노라면
동질의식이나 이질감부터 신기하거나 재미있거나 가끔은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오늘은 한 친구의 미니홈피 일기장에 저 詩가 적혀 있군요.
찬찬히 읽고 있노라니 사진을 찍는 저에게 있어서 좋은 풍경이란 무엇인지..
묘한 화두가 생겨 버렸습니다. 흐...

아... 햇살이 좀 맑아진것 같군요. 좋은 오후 가지시길...
 
-이미지는 위 시를 적어둔 친구 미니홈피에서 포크레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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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나선지 십분만에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온 것을 알았다.
십여분을 운전하고 나온 시간은 되돌아 갔다가 나오면 살짝 늦거나 딱 맞을 시간정도.
잠시 고민을 했다. 이미 휴대폰을 두고 나왔다는 불안감은 충분히 날 엄습하고 있었고
그만큼의 크기로 맞추어져 있는 시간에 대한 걱정도 침범해 들어오기 시작한다.

문득 이 묘한 긴장감이 재미있어졌다.
그저 휴대폰을 두고 나왔을 뿐인데 이 작은 실수 하나로
내가 이정도의 긴장감을 가질 수 있다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오늘은 휴대폰 없는 날이다.
가던 길을 그대로 가기로 결정을 하고 파란불로 바뀐 신호에 맞춰 차를 출발 시켰다.

대학때는 삐삐라는 것이 있었다.
물론 입학 초기에는 그런 것도 없었고 조금 앞서 나간다 싶은 친구들은 전화국에서 시행하는
음성사서함이란 것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공중전화와 일반 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 언제 어디서 만나자 라고 약속을 집에서 하고 나면
약속 장소 그 시간에 상대가 도착하지 않으면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때 우리가 곧잘 하던 이야기는 난 상대가 늦으면 얼마까지는 기다려. 였는데
난 보통 내가 지쳐 쓰러질 때 까지였던 것 같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공중전화에 들어서서 동전을 꺼내
딸까닥 딸까닥 집어 넣고 발신음을 확인 하는 과정은 왠지 고행과도 같았던 그 시절.
나는 공중전화의 냄새를 싫어했다.
pager 일명 삐삐가 나왔다. 아버지의 거대한 모토로라 삐삐는 아버지의 직업을 대변이라도 하듯
밤낮 가리지 않고 그 큰 소리를 삐삐 삐삐 울렸대고 그럴 때 마다 아버지께서는
전화를 걸어 삐삐 하신분이요. 라고 서두를 떼셨다.
그리고 지금의 휴대폰. 사실 젊은 친구들은 이 휴대폰의 직접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전화 기능보다는 옛날의 삐삐 기능을 더욱 많이 쓰고 있다.
이른바 문자. 삐삐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사람과의 연결 창구를 일방통행으로 연결이 된다는 것인데
문자도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물론 문자로 아주 채팅을 하는 친구들도 있긴 하지만
그것도 끊으려 들면 어느 순간이든 끊어 단절할 수가 있으니 삐삐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

결국 조금은 더 마음이 편한쪽. 이라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보내는 쪽이나 받는 쪽 다 만족할만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뭐 그냥 그렇다는 단상이다.
지금 내게는 휴대폰이 없다.
해외에서 오는 전화도 다른 클라이언트나 친구의 연락도 난 알 수가 없다.
아니 사실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내가 전화기를 가지고 있지 않아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 존재가 부정당하지는 않는다.

난 지금 묘한 긴장감 속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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