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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
어이...
누군가 뒤에서 불렀다.
가슴을 움켜진 손에 힘이 들어 갔다.
힘들게 뒤돌아 보았지만 답답한 시선만 가득 깔려 있다.
다시 돌아서 걷기 시작한 그의 등 뒤로
다시 낮은 목소리가 깔렸다.
어이... 그 쪽이 아냐.
그는 점점 걸음을 빨리 했다.
아냐 그럴리 없어. 그자가 날 다시 찾아 왔을리 없어. 난 이제 볼 수도 없는 걸.
그는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다.
눈 앞이 뿌옇게 변하는 것 만 같았다.
땅이 마치 매트리스 라도 깔아 둔 것 마냥 울렁이는 것만 같았다.
주위 사람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듣지 못했다.
그는 대로로 뛰어 나갔고 마침 공사 중이던
맨홀 구멍에 발이 걸려 몸을 크게 휘청였다.
그는 넘어 졌고 넘어진 자리엔 공사 중이던 가스 용접기가 켜져 있었다.
윤곽이 다 사라질 정도로 타버린 그는 아직 숨이 가늘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모여든 사람들 사이로 그가 미소를 지으며 사라 지는 것을 보며
서서히 죽어 갔다.

-한시간전-

그는 역사 박물관에 온 것이 애초에 잘못이라고
혼자 자책 하고 있었다.
사형 집행 재현장에 왔을 때 부터 그는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 했고
빈혈일까... 어지러움 마저 느끼기 시작 한 것이다.
동행한 이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빠
그의 상태를 돌아볼 겨를이 없는 듯 했다.
그는 나가기로 결심을 했다.
그러나 하필이면 그가 나가야 하는 길 목에는
시구문이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찬바람을 내뿜는 그 곳.
그곳을 지난다는 것은 그에겐 곤욕이며 공포 였다.
끝은 분명히 있을진데 그 거리도 깊이도 가늠 할 수 없는
깜깜한 어두움이 그를 더욱 공포의 상상 속으로 끌고 들어 갔다.
몸은 문 밖에 있지만 영혼은 벌써 그 안을 들어서서
등 뒤의 빛을 느끼며 뒤돌아 보지도 못하고
질질... 끌려 들어 가는 느낌인 것이다.
그는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떠 올랐다.
완전히 잊어 버리고 있었던 기억.
조각조각 이어져 다 알 수는 없지만
뭔가 잔뜩 무서웠던 기억.

어느 여름밤 동네 신작로에서 울리던 개 울음 소리와
2층 창 밖으로 휙 지나가던 그림자.
늦은 시각 귀가 길 대문을 여는 동안 현관문 앞에 서 있던 노인.
개구멍을 통해 도망 가던.... 개구멍? 무슨 개구멍?
그는 시구문 앞에 이미 한발을 걸치고 있었고
그 컴컴하고 축축한 구멍에서 어릴 적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개구멍을 통해 도망 나가다가 구멍 밖에서 지키고 있다가
내미는 목에 줄을 걸어 낄낄낄 웃던 그자의 허연 뻐드렁니.
아.. 맞아..그랬지...
그 자는 앞서 나가던 형의 목에 밧줄을 걸어 미친 듯이 달려버렸던 것 이다.
살려 달라고 자신의 이름을 마구 부르짖던 형을 외면한 채
그는 담 안 쪽에 웅크리고 앉아 와들와들 떨며 울고 있었다.
그 자는 결국 동네 사람들에게 잡혔고
그 때만 해도 법과 불문법이 동시에 존재 했던 터라
순사들에겐 알려 지지 않고 동네 개 잡는 나무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리고 몰래 동네 밖 화장터에 버리기로 했는데
그 자의 덩치가 너무 커서 그냥 밖으로 나가다가는 들킬 것만 같아서
동네 사람들은 동네 바깥쪽 옛 성터에 있는 시구문으로 나가서 화장터 까지 가기로 했다.
화장터를 다녀온 어른들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밤에 어른들이 막걸리 한잔 중에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그 자가 시구문을 나가는 동안 벌떡 일어 났다는 것 이다.
거짓말 일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건 그 자가 그렇게 외쳤다는 것 이다.
이제 이 길은 내꺼다! 그리고 그 놈도 언젠가는 언젠가는!!! 내가 데려 갈 거다!

그는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기억이 나 버린 것이다.
그는 시구문 안쪽에서 누군가 손짓 하는 것을 본 듯 했다.
아냐... 피곤해서 그렇겠지. 어제 술이 과했던 거야.
그리곤 몸을 돌렸다.
몇발 가지 않아서 그는 등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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