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회사 창문에 물방울이 가득 맺혀있는 것을 보았다.
보통 이런 날씨면 회색빛의 도시가 시작되어야 할텐데
왠일인지 에메랄드 빛 가득한 도시가 밖으로 보인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어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최근 카메라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고 있음을 기억해내곤
혼자 피식 거리고 웃었다.

확실히 회색은 정지되어 있는 것 같다.
회색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그대로 시간이 멈춰
오로지 나만이 그 안에서 흐르고 있을 것만 같아
가끔은 회색빛 안이 두려울 때가 있다.
혹자는 안개 속을 걸어 들어가면 보이지 않는 그 앞이 두렵다고 하던데
난 그 앞이 두려운게 아니라 내가 서 있는 공간의 시간이 두렵다.

거대한 유리창에 물방울이 이젠 제법 굵은 선으로 그어지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서 예고한 대로라면 지금쯤 태풍은
서해에 상륙을 시작했을거다.
태풍의 눈에는 무엇이 보일까...
그 거대하고 강력한 힘으로 무장한 태풍이 저 하늘 높이에서
자신 보다 위에 있는 태양을 가려 버리고 세상을 건널 때
등 위에는 뜨거운 햇살이 내리 쬐고 자신이 내딛는 걸음 걸음마다 차가운 비와 바람이 몰아치는 걸 보면서
그 자신 태풍은 무슨 생각을 할까...

에메랄드 빛은 금새 침착되어 이제 도시는
물기 가득한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기침을 너무 많이 한 탓이 분명하게 목은 아파오고
그나마 건조하지 않아서 적게 하는 기침이 고마울 지경이다.

아침이 밝았다.
온 도시가 물에 잠겨 저 창문 밖으로 세상이 떠 다닐 것만 같다.

'STORY > day writt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보세요?  (2) 2008.08.05
질문 : 후크 선장의 이름은  (0) 2008.07.21
10만명 방문.  (4) 2008.07.15
두번 태어나다  (0) 2008.07.05
0701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  (0) 2008.07.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