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아미와도 같은 초승달.

곱게 단장된 그녀의 손톱과도 같은 초승달.

시린 바람 박힌 심장 껴안고 나선 길에 세심하게 내리는 달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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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게시판에 유성우가 참 보고 싶은데.. 라고 적어 두었다.

여태 내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착각도 이만저만 크게 한 게 아녔구나 싶어
오후에 진수와 농담같이 한 이야기를 떠올리며 잠깐 고민을 했다.
결국 정화수 떠서 비는 것 대신에 별똥별에 소원 빌기로 작전을 변경하고
부랴부랴 옷을 입고 집을 나선 시간이 3시40분.
백제고분공원부터 시작해서 올림픽 공원 등지를 헤매다
(사실 아침해가 보기 싫으니 멀리 가기는 불가능. ㅡ.,ㅡ;; )
대모산을 생각해내고는 핸들을 돌렸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대모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삼각대를 꺼내고 공원 내에서는 담배를 못피우니 미리 하나 빼물고 불을 붙인다음
올려다 본 하늘은.. 어느새 조금 수다스러워져 있었다.

다 태운 담배를 차 안 재털이에 던져넣고
삼각대를 가로메고 카메라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대모산 정상을 향해 터덜 터덜 오르기 시작했다.
장갑을 착용했음에도 손가락은 금새 얼어오기 시작하고
산길임에도 너무나도 잘 정돈하여 밝혀둔 가로등 덕에
중간에 도저히 멈출 수도 없고 올라봐야 불빛은 그대로겠다는 생각에
내가 왜 이 시간에 나올 생각을 했을까 하고 자책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을때

중간쯤 되는 지점에 미묘하게 불빛이 들지않는 아니 실은
약한 지점을 발견하고는 삼각대를 그만 세워버렸다.

설치를 끝마치고 릴리즈를 작동한 다음 올려다 본 하늘은
이미 수다스러울 만큼 수다스러워져서
별로 친하지 않은 사자자리며 늘 쫓기듯 뛰어 다니는 오리온 자리
그리고 늘 무게감 있게 점잖한 북두칠성까지
지들 나름의 형형색색의 색을 띄고 이야기가 한창이다.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감탄을 하는데
순간 까만 하늘을 확 가로지르는 별똥별 2개.
사진이고 자시고 간에 정화수 대신이었으니
재빠르게 소원을 빌었다.

어릴 적 외국 모 지방 벼랑 같은데서 정말 유성우가 떨어지는 것을 본 경험한 이후
별똥별을 보고 이렇게 가슴이 벅찬 느낌은 처음인 듯 싶었다.

그리고 잠시후
사진에는 어떻게 담겼을지 그제서야 걱정이 되어 셔터를 닫고 확인을 하려다
참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지만 부정타서 안나오면 어쩌나 싶어 확인도 않은채
몇 컷을 더담고는 다시 삼각대며 카메라며 바리바리 짊어지고는 산을 내려왔다.

내친김에 수서에 새로 생긴 도로며 길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야경을 위한 포인트 확인도 할겸 드라이브를 잠깐 하고
집으로 귀가.
오자말자 컴을 켜서 파일을 읽어 들였다.




LCD에 나온 결과물이 죄다 흰색인 시행착오를 몇번쯤 거치고나서
겨우 한 장 건진 '잘못된' 사진.

뭐 아주 약한(아니 실은 제법 강한) 빛에도 카메라는 이만큼 반응한다는 것도 깨달았고
인간은 왜그리 어두운 것을 무서워 하는지 책망도 해 봤고.. (정작 나도 불편해 하면서..)

별을 쳐다 보면서 지켜주지 못한 약속이 떠올라 잠시 마음 아파도 했고...


그러나.......... 어쨌든!

별똥별에 소원빌기가 성공한 것일까 (사실 관계없어도 이쯤이면 그냥 관계 있는 것이 된다.)
지난 2주간 그렇게 바라고 긴장했던 '어떤 일'이 드디어 드디어!!
합격했다고 아침에 전화가 왔다.

합격이라니!! 크흐흐  ^^;; (뭔 일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께는 감히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 )

행복한 한주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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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한 귀퉁이에 가득한 군밤 냄새가
거칠지만 차지 않은 바람에 날려 흩어집니다.
그저 더딘 겨울 발걸음을 탓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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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of luna junction.


re-m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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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삼청동에서 희한한 일 (http://wishell.tistory.com/506 )을 겪은 다음 날 밤
난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다시 삼청동을 갔다.

그러나 일요일의 늦은 시간은 재즈바 라고 해도 일찍 닫는 날.
결국 잠긴 바깥 입구 앞에서 발을 돌려야 했고
거기까지 간 정성이 안타까워 곧 있을 전시회를 위해
북촌 야간 스케치를 다니기로 했다.

스케치를 하러 다니다 보니 가 보고 싶은 곳이 자꾸만 생겨서
점점 그 범위가 넓어지고 결국 엉뚱한 장소에까지 이르렀는데
너무나도 익숙한 곳에 차를 세우고는 담배 하나 빼 물고 삼각대 짊어지고 돌아 다니며
기억 가득한 골목 하나 하나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다 문득 옆에서 들려 오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저어-' 하는 남자의 목소리.
무얼 찍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냥 골목 풍경을 찍는다고 하니
자기가 애인이랑 200일인데 정말 죄송하지만 곧 나올테니 같이 사진 한장 찍어 주실 수 없겠느냐고
조심조심 물어 보는 어린 친구의 얼굴 뒤로 그제서야 반쯤 불 붙어 있는 티 캔들들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귀엽기도 하고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흔쾌히 그러겠노라 하고는
어린 친구랑 함께 삐뚤 빼뚤한 하트 모양의 배열을 손 봐가며 남은 티 캔들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 이 친구는 씻고 있다는 애인에게 계속 전화를 하는데 전화를 안받는지
무척 초조해 한다. 좀 많이 초조해 하길래 연유를 물으니
200일이라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싸우고 헤어져 집에 들어가버렸단다.

이벤트는 준비해 뒀는데 싸우는 바람에 토라져서 안나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나보다.
하긴 타이밍 잘못 맞춰서 티 캔들 하나 꺼져 있기만 해도 얼마나 어설퍼질까...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연씬 미안하다는 말에 전혀 신경 쓰지 말라고
최선을 다해 돕겠노라!! 고 다짐을 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노라니 이벤트를 위해 이벤트 카페 같은 것도 봤는데 십수만원 하는 금액이라고 해서
그 돈이면 더 맛있는 거 사 먹고 같이 놀겠다 싶어
고민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준비를 했다고 한다.

게다가 곧 군대를 간다고... 조금 더 소중한 기억을 함께 가지고 싶었다고 하는 어린 남자의 모습은.. 참 멋있었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어느새 티캔들 몇개는 다 녹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젠 이 어린 친구뿐만이 아니라
나 역시도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같은 장소에 스며있는 과거의 기억들에 새로운 모습이 겹쳐지는 것을 보면서
왠지 모를 감동같은 것도 동시에 느꼈다.





급기야 어린 친구의 휴대전화 배터리가 끝나고 내 전화마저 빌려 몇차례 전화를 거는가 싶더니
드디어 드디어 애인이 나왔다.

뜬금없이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걸은 자기 애인과 그 옆에 서 있는 전혀 알지 못하는 남자.
그 애인은 얼마나 어색하고 민망했을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근데 누구세요? 라고 묻는데
아아;; 대체 누구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지나가던 행인1 입니다. 그럴 수도 없고 하.하.하;;;

그러나 남자친구가 사진 찍는 분인데 좋은 분이야. 라고 설명을 해 준다.
과연 내가 좋은 분일지는 모르겠으나...

이 둘의 모습은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는 와중에 어린 남자가 애인에게 한마디 짧게 그러나 부드럽게 말 하는 걸 들었다.

'사랑해...' 눈을 들어 앞을 보니 어느새 꼬옥 껴안고 있는 둘.

마음이 짠해져 온다..............


드디어 커플 사진.



- 을 올리고 싶었으나 초상권 때문에 포스팅 해도 되는지 물어 보지를 못해서 일단은 보류! 죄송합니다. ^^;;; -




언제 싸웠냐는 듯 언제 초조 했댜는 듯 조금씩 밝아지는 둘의 표정을 보면서
자꾸만 손이 떨려왔다.

아아 젊구나... 아아 참 예쁘구나...
이런 열정이라니...

21살의 남자와 20살의 여자.
이 둘을 뒤로 하고 차에 시동을 걸어 잠시 앉아 있었다.




우리는 분명 크거나 작거나 하나의 공간을 살아 가고 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데 앞선 시간을 살아온 나의 공간에
뒤의 시간을 살아가는 그들의 공간은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공간이기도 하다.

그것은 시간에 의해 좌우되며
기억에 의해 갈라진다.

내 앞선 기억들이 골목 모퉁이 모퉁이 마다 슬픈 표정으로
빼꼼히 고개를 들고 쳐다 보는 모습이 보인다.

이 둘의 예쁜 기억들의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짐을 들으면서...

살짝 눈물 닦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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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발을 들인 여름 밤에는
낮 동안 바싹 달아오른 바알갛게 피어오른 장미가
새액새액 가쁜 숨을 내 쉬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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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말이 참 많았다.
공원 이용자에게 피해를 준다던가
근처 운행 중인 차량에게 물세계를 끼얹는다던가
그래서 서울시는 바람 방향에 따라 뭘 어떻게 조정을 하고 말고
난리를 치더니..
한강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갔다(고 자랑하기 바쁜)는
반포대교 교량분수가 4월 27일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http://spp.seoul.go.kr/silguk/greencity/green/news_info.jsp?search_boardId=19

뭔가 공식홈페이지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ㅡ.,ㅡ;;;
























보기는 좋다.
이거 하나로 끝나야 되는데 남쪽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들이
다리에서 쏘는 서치 조명에 너무 고생스럽지 않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이고 그래도 뭐 어쩌겠나..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는 감사감사. ^^a

수상택시와 유람선을 통해 분수 아래를 지나다닐 수도 있어 색다른 재미도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도보를 이용하는 사람은 고속버스 터미날이라던가 구반포쪽에서 서래섬 방향 등에서 이동해서 걸어가면 되고
차량 운전자는그동안 공사로 막아 두었던 한강공원 반포지구 진입로가 열렸으니 이용하자.
(그런데 연일 행사 행사 때문에 맨날 다시 틀어 막더라.. ㅡ.,ㅡ;; )

이것 때문에 잠수교에는 신호등도 설치하고
반포대교 남단에서 잠수교와 반포대교로 나뉘는 곳은 크게 분리대도 만들었던데
부디 사고 없고 탈도 없이 즐거운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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