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삼청동 길이라고 하면 이국적인 모습의 까페와 휴일이면 꽉 막히는 좁은 도로 외에는
그다지 생각나는게 잘 없는 곳이 되버린 듯 하지만
사실 과거의 삼청동 길은 산책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가진 좋은 길. 이었다.

특히나 가을 낙엽이 수북히 떨어진 어느 저녁 무렵.
동십자각 (구 불란서 문화원)과 현대 갤러리를 지나
좁은 길을 타박 타박 걸어 오르다 보면 눈을 스치고 지나는 풍경들이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들기에 너무나도 좋았다랄까...

그러다 작고 조용한 까페에 느긋하게 앉아 마시는 차 한잔은
긴 음표에 도돌이표 하나 톡 찍어 휴식을 가지게 하는 느낌이었고

혼자건 누군가와 함께건 약간 출출해지거나
가볍게 몸보신(?)을 해 주고 싶거나
혹은 밤으로 접어 들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누군가에게 좋은 간식거리를 가져다 주고 싶어졌을 때는
반드시 들렀었던 곳.
그리고 삼청동에서 전시회를 치루는 몇일동안 훌륭한 영양 보급과 좋은 입맛 살리기 등
다양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었던 곳.

1970년대 중반에 생긴 '서울에서 둘째로 잘하는 집.' 이다.




이곳은 지금부터 이야기 할 단팥죽부터 시작해서
쌍화탕 십전대보탕 녹각대보탕등과
(쌍화차나 대보차가 아닌 탕이라는 것은 약재를 기준으로 하여 만든 약용음식이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서!! 먹어보면 쓰다! 으억;;;;;;;; )

식혜 수정과등을 메뉴로 하고 있고
겨울에는 단팥죽을 사가려는 사람들이 좁은 가게 안은 물론이고
길 밖에 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

과거 90년대 말에는 낡은 옛날 테이블 6,7개 정도가 전부였는데
지금은 안쪽 집 까지 확장을 하여 제법 공간을 확보하였지만
여전히 정시간대에는 붐비는 상황이고
가장 인기 좋은 메뉴가 뭐냐고 물으면 그건 나도 여쭤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단팥죽이다.




단팥죽을 주문하면 바로 앞에 보이는 작은 주방(정말 작다)에서
 정말 인상 좋으신 할머니(라고 불러야 하겠으나 그래도 기왕이면 아주머니로 하자;;)께서
분주하게 뭘 하신다. 먼저 내어주는 보리차를 마시며 딩가 딩가 놀고 있으면
이윽고 나오는 빨간색 뚜껑 덮힌 그릇과 숟가락.

뚜껑을 여는 순간 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단밤을 비롯해 떡 옹심이가 그릇을 꽉 채우고 있고
단팥과 어우러진 그 냄새가 사람의 식욕을 자극한다.

떡은 전혀 끈적이지 않지만 그 찰짐이 즐겁고
팥은 입안에서 녹아내리듯 씹혀 사라지니
코가 즐겁고 입이 즐겁고 배가 즐겁다.







순식간에 한그릇을 뚝딱 비워 버리고는
옆 사람의 그릇에 침을 질질 흘리고 있으면 좀 민망하니까..
차라리 식혜를 한그릇 시켜 먹도록 하자.

(사실 식혜라는 말 보다는 감주라는 말이 더 가까울 것 같지만..;;
 누구 감주와 식혜의 지역별 차이를 제게 설명 좀 해주시어 제 지식을 보충해 주십시오.)

사실 단팥죽 한그릇도 배가 부르긴 하지만..
식혜의 즐거움도 무시할 수가 없다.


식혜는 자고로 씹고난 쌀이 입안에서 거칠게 남지 않아야 하고
그 국물에 설탕맛이 남아 있으면 안된다.

단맛으로 즐기는 것이 식혜다. 라고만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 곳에서 한번 드셔 보시는 것도 새로운 경험.
달콤함과 담백의 연타가 어떤 느낌이지 아시게 될 듯.


90년대 말인가 이 곳을 처음 봤을 때는 가게의 상호가
그저 마케팅적인 전략이겠거니 했는데
실은 서울에서 첫째로 잘하는 집. 도 있단다.
그것도 그리 멀지 않은 안국역 근처에.

그곳에 관한 이야기는 어느날 어느 심심할 때 다시한번 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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