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목소리를 내자.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떤 '사실'을 이야기 하면서
'...라고 하던데 말이죠.' 라던가 '........그랬다더라.' 라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물론 이야기 자체가 이런 식의 이야기인 경우에는 상관이 없겠지만
남의 말을 빌어 혹은 이른바 '카더라' 통신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들은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런건 게시판에서도 왕왕 보는데 몇몇가지 이유로 자신의 말을 보충하거나 대변하기 위해
퍼오는 글의 경우를 제외하고 일단 퍼오고 보는 것으로 보이는 글의 경우
그것에 대해 반론이 거세지면 그랬다고 하던데.. 라고 마무리 하려는 경향이 많다는 것.

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좀 내었으면 한다.
난 말주변이 없다. 표현을 잘 못해서. 라는 등의 이야기는 그다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짧고 부족해도 자신의 생각.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더 즐겁지 않을까..?

그리고 듣고 글을 읽는 사람들도 상대의 이야기를 (애초에 건드리지 않는다면 몰라도)듣고 읽는다면
기왕이면 이해하려고 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이해와 공감의 선상은 서로 다른 위치에 있고
이해 한다고 해서 동의 하는 것은 아니니까... 나누려고 말을 하고 공감하기 위해 글을 쓰는데
한번더 생각해 보지 못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연극 무대에서 처럼 방백이나 독백을 하는 것이 아닌
정말 자신만의 이해 안에서의 독백임에도 불구하고
브로드캐스팅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뭐라고 할 말 조차도 없지만..

오후에 눈이 온다고 글을 쓴 이후 지금도 계속 내린다.
내일은 어떤 하루를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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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게 사과할 때는 사과만 합시다.

사과 하는데 왜 조건을 달며
사과 하는데 왜 협상을 합니까

사과하는 마음은 그런게 아닐 것 같습니다.
---------------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 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

내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여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한 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 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 내게 하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 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내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에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지껄이지 않게 도와 주시어
좀 더 겸허하고
좀 더 인내롭고
좀 더 분별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내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른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용서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 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노래처럼 즐거운 삶을
은총 속에 이어가게 하소서

- 이해인 <말을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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