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립니다.
바람 한점 없어 눈은 하늘에서 수직으로 나풀 나풀 내려 옵니다.
왠지 오래간만에 눈 같은 눈을 본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
몇일전부터 예고되어져 온 눈이 지금 눈앞 커다란 창 밖에서
회색의 도시에 하얀색 점을 빼곡하게 찍는 것을 보는 기분은
왠지 내가 다른 세상 다른 시간에 와 있는 것 같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 대한 괴리감으로 다가옵니다.

보아하니 지금 내리는 이 눈은
몇일전 내린 눈 같이 다시 세상을 하얗게 덮어줄 것 같습니다.
혹자들은 눈이 세상의 찌든 때를 가려주는 것 같이 이야기를 하지만
지금 이 도시에 내리는 눈은 내릴 때의 호감과는 달리
눈이 내릴만큼 내리고 나면 금새 사람들에게 팔불출이 되어
바보 취급을 당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 도시는 설경이라는 것을 그다지 안아주지 않습니다.

어릴적 2층 내 방에 창에 걸터 앉아 함박눈이 소복 소복 쌓이며
온 대지에 소근 소근 속삭이는 소리는 더 이상 이곳에서는 들을 수가 없습니다.
새벽을 낮같이 살아가는 지금은 더 이상 자고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더라는 벅찬 감동을 껴안은 선물도 없습니다.

주먹안에 뽀득뽀득 눈을 뭉쳐 굴리기 시작해 몸통보다 더 커져 버린
머리를 올리느라 낑낑대는 눈 사람을 만들지 못해도 좋지만

눈. 이라는 그 차갑게 포근한 그 마음을 잊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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