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르세미술관展 거장들의 숨소리를 듣다.

오르세미술관展이 2000 <인상파와 근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개된 이후 <만종과 거장들의 영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4 21 - 9 2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밀레의 <만종>,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을 포함 프랑스 오르세미술관 소장품 중 회화작품 44점과 당시 화가들의 모습을 담은 오리지날 빈티지 사진작품 30점을 전시하여 모더니즘의 대표작과 사진술의 등장을 조명 하는데 좀처럼 해외 전시가 없는 밀레의 만종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사실 나는 매체로만 접해온 이 작품들에 지식적인 면을 제외하고 영화에서나 보았던 탄성을 터뜨려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전시장 입구에서 만난 모로의 죽음과 사랑이 깊게 스며있는 오르페우스를 시작으로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거장들의 영혼이 속삭이는 세계로 들어섰다. 사실 작품 모두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지면과 표현력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아쉬울 따름. 그래도 조금은 해 보자. 초현실주의 화가인 달리가 극찬해 마지않았던 밀레의 만종을 마주하면서 기도 중에 있는 어쩐지 지쳐 보이는 부부와 뒤로 펼쳐진 외로운 풍경과의 입체감, 그리고 부드럽게 흘러 내리는 노을과 그림 전체에서 풍겨 나오는 차분함과 적막함이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묘사된 분위기에 압도 되어졌다. 그런데 모 회사 과자 광고의 영향인지 나의 느낌과 광고의 코믹한 모습이 겹쳐지면서 감동이 살짝 반감되어 아쉬웠다. 다음으로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을 마주했다. 짙은 색감의 군복을 단정하게 입고 안정된 자세로 서서 피리를 부는지 부는 척만 하는지 구분 되지 않는 묘한 눈빛을 가진 이 소년은 당시 모두가 혹평을 할 때 유일하게 호평을 한 에밀졸라의 단순한 기법 속에 강력한 효과를 불러냈다는 글이 생각난다. 모네의 옹플뢰르의 눈 덮인 길 위의 수레그 바퀴 자국 속에서 그 고요한 풍경에 매료되기도 하고 르누아르의 고양이를 안고 있는 아이앞을 지나 고갱과 고흐의 격렬한 대립도 감상하고 알베르 바르톨로메의 온실안에서를 만났다. 산뜻한 습기를 머금은 듯한 온실의 문을 열고 서 있는 부인의 모습은 강한 명암과 문에 걸치고 있는 손 끝에서 시작된 부드러운 선의 흐름은 요염하기까지 하다. 이런 미술작품을 볼 때 가끔 드는 생각은 감상의 중점이 왜 그렇게 어렵고 무거운가 이다. 물론 그런 부분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조금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 이를테면 뤼스의 파리의 생미셸가와 노트르담 성당이라는 작품을 보면 100년 전의 풍경과 오늘의 풍경이 똑같다는 점도 재미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19세기 사진술의 등장이 당시 회화와 서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면 관람은 끝이다. 자 이제 감상을 하러 가자. 작품 앞에서 약간 거리를 두거나 얼굴을 가까이 하고 100년의 세월을 넘어 생생히 숨쉬고 있는 거장들의 향기를 느껴 보도록 하자. 참고로 이번 전시는 교육프로그램과 주요작품을 위한 오디오 가이드도 운영 중 이다. (http://www.orsay2007.co.kr/)

-상기 글과 이미지는 모두 저작권이 월간 PAPER에 귀속되어 있어 허가없이 재배포 및 가공이 불가능합니다-

'STORY > view Repo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스토리 달력을 받았습니다.  (6) 2008.03.09
2008 앵콜 연극 몽연 夢戀 - 소극장 모시는사람들  (0) 2008.02.16
Shall we smell?  (0) 2008.01.26
청담동 오페라 갤러리  (0) 2008.01.26
레베카 호른  (0) 2008.01.26

레베카 호른.

독일의 대표적인 포스트 모더니즘 여성작가인 설치미술가 레베카 호른(63)이 로댕 갤러리에서 5 18일부터 8 19일까지 전시회를 가진다. 70년대부터 퍼포먼스, 설치, 조각, 영화, 문학 등 다양한 형식을 작업에 도입해 온 그녀는 특별히 제작한 의상과 도구들을 사용하여 신체의 속박이나 변형을 시도하거나 깃털을 이용하여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 해 왔다. 갤러리 입구의 <큰 깃털 바퀴>는 깃털에 금속 장치와 모터를 달아 날개가 접히고 펴지는 반복적인 동작을 통해 사회 안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과의 교류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고 있다. 또 다른 깃털 작품인 홍학의 깃털로 만든 <공기>라는 작품은 한 쌍의 날개가 서로를 탐닉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호른의 초기의 작업 형태의 파격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느낌이 달라 이색적이었다. 구리 파이프로 뱀이 연못가에서 물을 마시는 듯한 모습을 모터장치와 빔 프로젝트로 표현한 <씨네마 베리테>는 차분하게 가라 앉은 새벽의 느낌을 자아내는데 좀 더 안으로 들어서면 호른의 작품 세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영화 세편을 만날 수 있다. <데어 아인텐저> <라 페르디난다> <버스터의 침실>은 모두 호른이 각본을 쓰고 제작한 영화로 제한된 공간에서 여러 오브제를 사용한 배우들이 기묘한 영상과 스토리를 다양한 상징과 은유를 담아 이야기를 풀어내는 극 영화 형태를 띄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주목할만한 작품이 <버스터의 침실>에서 등장했던 4만 미터의 필름과 석탄과 온도계, 망원경, 구두 그리고 구리로 만들어 전기가 흐르는 두 마리의 뱀으로 구성한 <시간은 흐른다> 라는 작품이다. 그녀가 무성영화 시대의 버스터 키튼이란 배우에 대해 가진 경외감을 표현을 한 작품인데 작품 공간의 중앙에 서면 대중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처절하게 발가벗겨지는 배우의 느낌을 받는 건 나만의 상상일까? 전시장을 돌아 나오는 길에 모 대학에서 교수님 한 분이 다수의 학생들과 지옥의 문 앞에서 뭔가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이야기 중에 로댕의 지옥의 문과 레베카 호른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찾아 보도록 하자.’라는 것을 들었다. 당장에는 연관짓기 어려운 주제를 던져 주는구나 싶었지만 작품을 다시 한번 돌아 보며 느낀 것이 갤러리의 홀에는 로댕의 지옥의 문과 깔레의 시민상이 늘 서 있는데 전통적인 조각 예술이 그 자체가 독립적으로 작가의 의도를 표현해 왔다면 현대에는 작품이 구성되어지는 공간 조차도 하나의 작품으로 융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레베카 호른 전의 마지막 전시물인 <청색 페인팅 기계>가 그 예라 볼 수 있는데 기계를 상단에 설치하여 일정한 동작에 의해 버드나무나 분수 같기도 한 그림을 거대한 벽면에 그려 갤러리의 공간과 기계적 기술과 작가의 예술성이 공유 되어 그 공간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로 구성된 것이다. 어쩌면 전시 작품이 조금 난해한 부분이 많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퍼포먼스를 찍은 사진에 다시 페인팅을 한 작품의 이름이 <더블린>인데 제목과 작품의 상호 유기성에 대해 꼼꼼히 살펴 봐도 상당히 난해하여 도슨트의 설명이나 다른 자료가 없었다면 이해하기가 상당히 곤란했을 것이다. 영화의 시간이나 작품의 재 구동 시간 등이 제법 길게 설정이 되어 있으므로 작가의 말을 빌어 인내심을 가지고작품 감상을 해 볼 일이다.

-상기 글과 이미지는 모두 저작권이 월간 PAPER에 귀속되어 있어 허가없이 재배포 및 가공이 불가능합니다-

'STORY > view Repo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스토리 달력을 받았습니다.  (6) 2008.03.09
2008 앵콜 연극 몽연 夢戀 - 소극장 모시는사람들  (0) 2008.02.16
오르세 미술관전  (0) 2008.02.05
Shall we smell?  (0) 2008.01.26
청담동 오페라 갤러리  (0) 2008.01.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