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시선조차 오르지 못하는
높은 벽이 등지고 앉은 속에
갇혀 있다 슬퍼 했던 적이 있다.
그 어린 시절 철 모르고 헤헤 거리던 때에도
그런 느낌을 받아 외로워하고 치를 떨며 세상을 원망했었다.

그것만큼 외롭고 절망적이진 않으리라
두려워하고 안달하던 시절이
잠시 머리속에 떠 올라 피식.. 웃어버렸다

차라리 벽에 둘러 싸여 있는 것이 나으리라
발돋움을 하고 목을 길게 뽑아 아무리 멀리보고
온몸에 피가 혈관을 긁어내듯 거칠게 흘러
목에 피가 나도록 소리를 질러도
메아리 조차 돌아오지 못하고 길을 잃는
그런 광야에 내동댕이 쳐진 것 같은 슬픔.

이게 진짜 무서운 외로움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외로움이 여전히 내 곁에 머물러 있음을 깨닫는데는
그리 수고롭지도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탓도 망도 할 수 없는
새하얀색 광야에 툭 내버려져
비명을 지르다 지르다 문득 멈추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내가 이래야 할 이유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한밤동안 외로워하고 슬퍼하고 괴로워 했으면 됐다.
어차피 내버리지도 내치지도 나누지 조차 못할 것이라면
그냥 안고 가자.

내 시간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백배 천배는 더 크다.

네 길이고 네 생이며 네 시간인데 누구를 탓할까.
내게는 아직 '이유'가 있으니
뼈가 부러지고 피가 튀는 전장에 들어서 있음을
한탄하지 말고 나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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