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주 어렸을 때 부터 하늘 보는 것을 좋아했다.
양옥식 건축물이었지만 기와로 덮혀 있던 지붕에 올라갈 용기가 생겼던 어느날은
경사진 기와 지붕에 드러누워 한없이 떠가는 구름들을 보며 가슴 두근거려 하고
집 앞 골목을 돌아 좀 더 넓은 하늘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눈 앞에 확 드러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는 버릇도 생겼었다.

110미리 카메라가 손에 들려진 어느날
왜 그런지는 확실히 설명을 잘 못하지만
아마 그 때쯤 부터 하늘 사진을 찍은 것 같다.
지금도 고향집 서랍을 뒤져 보면 그때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모여
두런 두런 당시의 시간을 이야기 나누고 있음을 들을 수 있다.

방금 담배 하나도 피고 잠도 좀 깰 겸 회사 앞으로 나갔는데
길게 이어진 여러층의 새털 구름이 바람에 이끌리듯
빠르게 하늘을 질러 36층의 빛나는 빌딩 뒤로 나아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아 하늘 이쁘네.. 라는 말을 소리내어 말하고는
이내 담배를 빼물고 멍하니 흩날리는 연기뒤로
담백한 장관을 펼쳐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 보다 들어왔다.

일요일이 시작 되었다.
미국 소고기 수입에 나라가 시끄럽고
휘발유 값이 2000원을 넘어서고
LPG도 1000원을 넘어서고
물가도 자동으로 10% 15%를 다시 급상승을 하고
사람들은 힘들어 힘들어 목을 매고 있는데
내가 살아가야할 방향이 십자로를 넘어서서 사방 다 막힌 콘크리트 벽이고
친한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생기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는데
이땅의 신음소리와는 달리 저 하늘은 너무나도 고요하고 느긋해 보인다.

그래 어쩌면 그래서 살아갈 용기를 힘을 가질 수 있는지도 모른다.
고개 들어 올려다 보면 그래도 숨을 쉴 공간이 보여서...

아직은 좋은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음에 우선 감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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