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을 하며 버스에 올라 뒷문 바로 앞자리에 털썩 앉았습니다.
문이 여닫힐 때 마다 집 앞 정류장에서 내리면 꽤나 춥겠구나.. 라는 생각도 하고
대각선 건너편에 앉은 아가씨 머리에 촥 달라 붙어 있는 꽃모양 머리핀의 디자인도 구경하던 중

아마 진동 이어폰에서 라벨의 볼레로가 중간쯤 진행 되어 점점 격렬해 지기 시작했을 때 쯤 입니다.

아마 대치동이었을 겁니다.

아마 버스가 급브레이크를 밟아 정류장에 차를 세운 그 순간일겁니다.

창밖을 무심히 내다 보던 저는 어떤 아가씨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아마 십여년 정도 만에 처음 보는 것 일 것 입니다...
골목길 모퉁이를 돌면 행여 마주칠까 조바심을 내며
그 흔적을 찾아 헤맸던 어린 시절의 그 얼굴. 그 마음.

그 모든 것들이 둔기로 가슴을 치듯 확 떠오르게 만드는 그런 눈 빛.
왜 그리도 닮았던지 왜 그리도 익숙한 모습이었던지..

이윽고 버스는 출발했고...
저는 정류장에 그녀와 마주 보고 서 있었습니다.

그 아가씨는 왜 이른 아침부터 정류장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까요..


삘렐레~ 뻴렐레~ 전화 벨이 울려 눈을 떴습니다.

전화기 시계는 5시 24분을 가르키고 있었고.
저는 20분 동안 꿈을 꾸었습니다.
휴.................................... ㅡ,.ㅡ;;;

하지만 아직도 왠지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아침 최저 영하 십사도랍니다.
하품 잘못 하시면 혀가 얼어 붙을지도 모르니
길에서는 입 가만히 다물고 다닙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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