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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day written

2009년 11월 3일 새벽 04시





싸한 바람을 껴안고 방에 들어오니
차에 여지없이 두고 온 물건들이 떠올랐다.
매번 잊어 버리고 손잡이에 걸쳐 놓은 채 오는 블루투스 이어폰과 담배.
오늘은 거기다 PDA까지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닫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슬리퍼만 직직 끌고 계단을 내려가
아직 히터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차 문을 열고
주섬 주섬 물건들을 챙긴다.
몇개 되지도 않는 크고 작은 물건들은
언제나 한손에 다 잡히지 않고
주머니에 넣을지 손가락에 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런 고민을 하는 자신이 잠시 한심해짐을 느낀다.

차 문을 닫기 전에 버릴 건 없는지 잠깐 살피고
시트를 바로 한다음 문을 닫고 리모콘을 눌러 문을 잠근다.

기왕 나온김에 담배 하나를 빼물고 불을 붙여
차가운 공기와 함께 폐부 깊숙히 연기를 끌어 들이다
문득 자정쯤 보았던 눈부시게 밝았던 달이 보고싶어 하늘을 올려다 보니
달은 보이지 않고 빌라 지붕 뒤로 밝은 빛이 스며나와 그 쯤에 있음을 알려주어
굳이 발걸음을 옮겨 보기엔 왠지 귀찮아 멍하니 하늘을 보다가
문득 오리온 별자리를 발견했다.

어느새 겨울.

누나에게 북두칠성보다 먼저 배운 겨울을 알려준다는 별자리인 오리온 별자리는
시기를 알려준다는 점과 누나와의 추억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 어떤 별자리 보다 소중한 별자리가 되었고 지금도 나의 겨울을 가늠하는 방법은
오리온 별자리가 그 기준.이다.

어제 그제 비가 내리고 바로 찾아들은 차가운 공기가
씻겨진 하늘을 그대로 얼려버린 것일까
서울의 밤 하늘에 여간해선 보기 힘든 오리온 별자리를 비롯해서
짐작은 못하겠으나 제법 많은 별들이 검정에 가까운 진청색 밤 하늘에
총총 박혀 제법 이쁜 형상을 보여준다.

전화기를 꺼내 달빛이 눈 부시다는 것을 느껴 본 적이 있느냐고
서울 도심 하늘에 간만에 아름다운 반짝이가 가득하다고
톡톡 톡톡 두들기다 수신인이 없음을 이내 깨닫고는
싱거운 웃음과 함께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겨울이다.

옷깃을 여미고 마음을 여미어
자칫 풀려버릴지도 모를 마음의 매듭을
차가운 공기와 우연한 마음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자칫 추위에 힘들어간 어깨가 부서지지 않게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게 되는 겨울.

조금만 힘을 빼고 세상을 바라보자.

조금만 더 따스한 세상을 만나도록 하자.

담담하게 그리고 포근한 세상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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