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달 가까이 가는 편두통.
원래 나는 편두통이 갑자기 오면
운전하다가도 차를 세워야 할 만큼
무척 심하게 아파하는 편이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도 잘 그러지 않지만
어디서도 아프다고 드러내는 경우는 잘 없다.

뭐 중학교 때 손이 부러져 뼈를 맞출 때도
어머니께서 아프면 비명 질러라 소리 질러라 하시는데도
신음소리 하나 낸 적 없을 정도니
억척스럽다 해야할지 미련스럽다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웃기는 건 이 편두통이라는 것은
부러진 뼈를 맞출 때랑은 아주 색다른 느낌의 지속적 경험이란 것이다.

순간적으로 극대화 된 고통이 들이닥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해머리 내려찍음과 동시에 머리에 계속 짖이기는 느낌이랄까
그 통증이 끝나고 나면 마치 내가 어느 연구기관에서
두뇌를 헤집는 연구를 당하다 도망친 실험체의
후유증이라도 앓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

그런 통증이 벌써 한달째.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짖눌러 대는 통증이다.

그런데 웃긴 것은
이런 정말 말 그대로의 골 때리는 통증조차도
한달쯤 지속되니 익숙해지더라는 것.

아주 한달을 꽉 꽉 채워주면
연하게 사라지던 통증이 다시 와락 밀려들면
어 너왔니? 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과거 누군가의 글에서도 봤듯
천국과 지옥도 계속 오가다 보면
그 차이도 별것 아닌가 싶을까..

슬슬..이라고 해야할지..

편두통이 와서 아픈 상태와
마음을 잃어서 아픈 상태가
구분이 안되기 시작한다.

이것이 좋은지 나쁜지 구분하기도 전에
편두통의 지속됨은 금새 평시같이 될 것 같고
아마도 난 울컥대며 손가락 새로 빠져 나가는 마음만
줏어담고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병원에 가서 CT 라도 찍어보면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마음의 부드러운 부분이 새버리는지 확인 할 수 있을까

하긴.. 확인한 들 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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